허울뿐인 배상명령제 형사피해자 두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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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경 기자
수정 2005-07-19 07:49
입력 2005-07-19 00:00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에 투자하면 이익금을 배당해 준다는 말에 속아 건설업자 박모(48)씨에게 금품을 건넨 김모(51·여)씨.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돈을 찾기 위해 박씨 사건을 맡은 형사재판부에 배상명령 신청을 냈으나 피해자가 다수여서 피해액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각하됐다.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박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김씨는 “사기 피해자인데도 돈을 돌려받는 게 어렵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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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피해자가 재판 과정에서 따로 민사소송을 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배상명령 제도가 갈수록 실효를 잃어가고 있다.

청구건수 두배 껑충… ‘구제´는 되레 절반 줄어

1999년 1792건이던 배상명령 청구건수는 2004년 4061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으나 피해자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인용률은 같은 기간 41.6%에서 20.2%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인용률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법원이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형사재판을 단축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민사적인 절차는 별도의 소송을 통해 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피해자의 권리가 역으로 침해받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회사돈 1억여원을 훔친 경리직원의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에 배상명령을 신청했다 기각된 백모씨는 “구속된 사람에게 어떻게 돈을 돌려 받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민사소송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만 나가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재판부가 몇차례 더 심리했다면 민사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면서 “재판단축을 이유로 배상명령 신청을 기각한 것은 기각여부가 재판부의 실적과는 무관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피해자보다 피의자 인권이 우선?

민사와 형사의 차이를 모르는 일반인들이 법률자문 없이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것도 기각·각하율이 높아지는 이유의 하나다. 아파트 허위 분양업자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 120명의 배상명령 신청 대리인을 맡은 조정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배상명령은 변호사 선임이나 인지구입 등의 절차없이 신청이 가능하지만, 실제 절차에 들어가면 피해액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법률자문을 받아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피해액을 청구해 배상을 먼저 받아두고 나머지 금액은 민사소송을 통해 받는다면 소송에 드는 비용도 줄어들고 배상명령도 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명령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 배상의 범위를 물질적인 것에 한정한 데 있다고 본 법무부는 형사사건에서 본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서도 위자료 배상이 가능토록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지난 3월 입법예고했다.300만원의 사기를 당했다면 300만원 배상에 정신적인 피해분에 해당하는 위자료를 얹어서 받도록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배상명령이 형사재판 기일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되는 현실에서 위자료 부분까지 법리논쟁을 벌일 여유가 있을 리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유병영 홍보실장은 “재판부의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형사재판 절차에서 피해자의 인권이 피고인의 인권보다 상대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형사재판부의 인력을 늘리고 재판부가 배상명령을 적극적으로 심리하지 않는 이상 배상명령을 비롯한 피해자 보호 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5-07-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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