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황무지 개척도 중요한 목회활동”
그는 대전 최초의 사설미술관인 ‘아주(亞洲)미술관’을 지역 명소로 가꾸고 있다. 아시아의 중심이란 의미가 담긴 이 미술관이 지난해 5월 문을 열자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다. 로마전, 르네상스전 등 좀처럼 지역에서 만날 수 없는 수준 높은 전시회가 이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미술관을 짓는다고 하자 아는 사람들은 모두 만류했어요. 서울도 아니고 지방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이유였지요.”이 목사는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건립비가 들어가는 미술관 공사에 손을 댔다. 적자·흑자를 떠나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이 작용했다.30여년 동안 애써 준비한 ‘자신만의 그림’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는 마침내 대지 3200평, 전시장 1500평의 번듯한 전시공간을 연출해냈다.
이 목사를 모르는 사람은 그를 돈 많은 예술인이나 경제계 인사쯤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목사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새삼 놀란다.“목사가 미술관을…”이런 식이다. 그는 1981년부터 대전 유성구 구즉감리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고 있다. 미술관 개관 이후 전시일정과 작품섭외, 관람객 안내 등 큐레이터와 목회자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그를 두고 교단은 물론 신자들로부터도 ‘이방인’‘돈키호테’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목사는 “미술관 운영 자체도 또 하나의 목회활동”이라며 주위 사람들의 비판이나 비아냥거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여는 전시회는 외국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국내작품은 굳이 아주미술관이 아니더라도 쉽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관 기념전시회를 중국 ‘진해인전’으로 시작했다. 로마전이 뒤를 이었고 지금은 르네상스전을 열고 있다. 유럽 명문가인 메디치가의 문장 등 좀처럼 접할 수 없는 진귀한 작품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미술관의 공간배치와 조형물 등도 범상치 않다. 오랫동안 미술관 건립을 준비하면서 매력을 느꼈던 서양의 유명 건축가의 작품에 동양적 정서를 접목시키다 보니 건축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갔다. 건축비 60억원은 은행대출 등으로 어렵사리 마련했다.5개 전시관 중간중간에는 햇빛이 들어오는 작은 공연장을 배치, 품격을 높였다.
전시관 옆에는 ‘항여조’(恒如朝)라는 정갈한 한옥이 한눈에 들어온다.‘항상 아침을 맞는 것처럼 깨끗하고 상쾌한 곳’이란 뜻으로 충남 홍성의 320년된 고택(12칸)을 복원해 놓은 것이다.
개관 1년간 경영실적은 10억 적자. 올해 역시 4억여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거액을 주고 외국작품을 들여와 전시회를 열기 때문이다. 작품 대여료는 높고 관람료는 적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목사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식견을 높이고 만족하면 그만”이라며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미술관을 다른 용도로 변경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운영의 어려움만을 생각했다면 중도에서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