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부대 우리 아들도 혹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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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기자
수정 2005-06-24 10:21
입력 2005-06-24 00:00
서정민(48·여·충남 아산)씨는 25일 주말을 맞아 최전방 강원도 양구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 면회를 간다. 원래 아들이 ‘100일 휴가’를 나오기 전에는 면회를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응석받이로 자라 참을성이 부족한 아들이 좀더 성숙해질 수 있도록 냉정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하지만 내무반 총기난사 사건 이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혹시 매를 맞는 것은 아닌지, 험한 욕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졌다. 서씨는 “언제든 힘들면 숨기지 말고 엄마에게 말하라고 당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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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많았지”
“고생 많았지” 가정의달 5월을 맞아 논산육군훈련소에서 마련한 ‘아들과 함께하는병영체험’ 에 참가한 훈련병들의 어머니들이 입소등록을 마친후연병장에서 아들들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전남 목포에 사는 김민선(44·여)씨도 같은날 강원도 철원 군부대로 아들을 보러 간다. 아들은 상병이 돼 군생활에 적응이 됐을 것으로 생각된 데다 철원까지 가는 데 10시간이나 걸려 제대할 때까지 면회갈 계획이 없었다. 그러나 총기난사 사건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박씨는 “졸병 때를 떠올려서 후임병들을 괴롭히거나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후임병들에게 먹을 것을 많이 사주라고 돈도 두둑히 주고 올 작정이다.

부대내 으슥한 곳에서 맞지나 않는지

이번 주말 전후방 군부대는 아들을 면회하러 오는 부모들의 발길로 어느 때보다 붐빌 것으로 보인다. 총기난사 사건 이후 아들 걱정에 잠을 못 이루던 부모들이 아들 얼굴도 보고 문제없이 복무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는 것이다. 특히 토요일에 면회를 가면 아들과 하루 외박을 할 수 있다.

지난 1월 경기도의 한 부대에 막내아들을 입대시킨 임모(50)씨는 한 달 전 면회를 갔지만 이번 주에 또 갈 생각이다. 그는 “이번에 사고를 친 일병이 우리 아들과 비슷한 시기에 입대한 아이여서 마음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걱정스럽기는 상병·병장 등 선임병들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후임병에 대한 가혹행위자로 몰릴 수 있는데다 총기와 폭탄류가 있는 곳에서 후임병들의 군기를 잡다가 이번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대장이 희생되면서 장교의 부모들도 좌불안석이다. 충북 충주에 사는 이미경(55·여)씨는 아들이 장교로 군에 입대했기 때문에 그동안 면회 한번 가지 않았지만 이번 주말에 처음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이씨는 “소대장으로 근무하는 아들에게 사병들을 동생처럼 따뜻하게 대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후임병 스트레스 주지말라” 당부 할 것



서울대 임현진(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부모들의 집단적 면회 움직임에 대해 “군이 조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불안감이 확산되고 증폭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 “군이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상 부모들이 직접 나서는 현상이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과) 교수는 “어머니들의 면회는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한 정서적 과잉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군이 사회와의 벽을 허물고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부모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2005-06-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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