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 다시 고개
이창구 기자
수정 2005-06-22 07:55
입력 2005-06-22 00:00
●강남권 전세가 대비 매매가 비율 235%…버블 위험
보고서는 국민은행의 시세 통계를 토대로 서울 등 일부지역 아파트의 전세가에 대한 매매가 비율이 외환위기 이후 2001년까지 떨어지다가 반등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버블의 첫 번째 근거로 제시했다.
전세가에 대한 매매가 비율은 전국 도시 평균의 경우 1998년 196%에서 2001년 말 144%를 거쳐 이달 6일 현재 176%를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서울은 207%에서 158%로 낮아졌다가 다시 209%로 올라섰다. 특히 강남권(한강 이남 기준)은 214%에서 167%를 거쳐 235%로 급등했다.
보고서는 배당금에 의해 적정 주가를 추산하는 배당할인모형(DDM)을 활용해 전세가와 금리를 변수로 추산한 이론 가격과 실제 가격의 차이가 벌어진 것을 두 번째 근거로 제시했다.
이 모형에 따르면 이론가와 실제가의 차이가 아파트 가격 급등기였던 2003년보다 오히려 심화돼 거품이 더 커졌다. 전국의 경우 이론 가격과 실제가격의 평당 차이는 올해 6월6일 257만원으로 2003년 초(222만원)보다 15.8% 증가에 그쳤지만 서울은 같은 기간 612만원에서 754만원으로 23.2%나 늘었다. 특히 강남권은 1450만원에서 1872만원으로 29.1% 증가했다.
기은경제연구소 조태근 박사는 “최근 아파트값 급등의 특징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호가 위주의 상승이며, 중·대형 아파트가 급등세를 주도하고, 강남·분당·용인 등 일부지역에서 나타나는 국지적인 현상으로 전체적으로는 아니라 하더라도 일부 지역은 버블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버블 붕괴 가능성 배제…주택담보대출 확대
그러나 보고서는 강남·분당 등 가격 급등 지역의 수요를 대체할 중·대형 아파트 공급계획이 분명하지 않아 가격 상승 기대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고, 저금리에 의한 단기부동자금도 풍부해 버블이 가까운 시기에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또 정부 규제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수는 있지만 내년 서울시내 고밀도 재건축 등 개발호재가 많고, 가격 상승 기대감도 여전하기 때문에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가격은 오히려 더 상승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거품 경고가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규제를 하더라도 실제 수요가 살아 있어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의 초기 금리 인하 혜택을 폐지하지 않은 채 대출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20% 이상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시각”이라면서 “대출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계속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현재 담보인정비율(LTV)이 40∼60%여서 아파트 가격이 20% 정도 하락해도 은행으로서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면서 “버블이 위험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아직 붕괴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는 21일 국내 부동산 가격 거품에 대해 “현재 가격거품 발생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피치사의 제임스 매코맥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평가담당 이사는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일고 있는 가격 거품 현상이 거시경제 정책적인 대응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거품 문제는 일부 특정지역에 국한된 문제를 거시변수로 다뤄지는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한국 정부는 금리를 내려 내수를 진작하고 고용에 있어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건설업의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5-06-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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