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요시토모展 ‘내 서랍 깊은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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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기자
수정 2005-06-20 00:00
입력 2005-06-20 00:00

참을 수 없는 반항의 귀여움

오리 좌변기에 앉아 있는 눈이 위로 치켜올라간 고양이. 핵무기 반대 플래카드를 든 양갈래 머리 소녀의 심각한 표정.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한 컷 같은 일본작가 나라 요시토모(46)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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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새끼고양이 (1994)
착한 새끼고양이 (1994)
그의 작품을 들여다 보면 순수예술인지 대중문화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온통 어린이들과 의인화된 동물이 주인공이다. 자연 그의 그림을 놓고 설전이 오갈 만하다.

너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또 캐릭터 상품 같아서…. 이런저런 측면에서 그의 그림은 묵직한 순수 예술세계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의 ‘핵무기 반대’‘교도소 가미카제’‘칼 휘두르기’ 등과 같은 작품을 마주치면 다소 ‘꼬리’를 내려야 한다. 그의 작품속에 숨겨진 사회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 의식이 읽혀지기 때문.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 사는 어린이와 동물들을 내세우다 보니 오히려 그의 작품 속 ‘철학’이 더 부각되는 효과를 지닌다.

일본의 전통 색채와 정서를 갖춘 미술로 세계 미술계에서 처음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을 받는 나라 요시토모. 그가 국내에서 갖는 첫 개인전 ‘나라 요시토모-내 서랍 깊은 곳에서’를 위해 한국에 왔다. 한국이 너무 좋아 그동안 8차례 개인적으로 방문한 그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내 작품은 대중문화, 순수예술 양쪽 모두에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작품이 유치하다.’는 일부 지적에 “자신들의 그림을 좋아하는 20∼40대층은 깊숙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귀여운 모습만 본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다소 수줍어 하지만 폭발적인 느낌도 함께 주는 그의 태도에서 그의 작품이 어떻게 태동됐는지가 어슴푸레 연결된다. 그는 평소 록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는 스타일.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전시장 자체가 작품이라는 점이다. 전시회에 앞서 한국에 머물며 오사카의 디자인그룹 그라프와 함께 전시장 안에 ‘서울 하우스’라는 집을 지었다. 낡고 오래된 목조집 느낌의 집 안으로 그는 관람객을 초대한다. 그가 그린 작은 소품들이 벽면을 도배하고 있고, 책상 위에는 색연필과 종이, 담배꽁초가 수북한 재떨이, 그가 마신 커피잔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인형들도 눈에 띈다.

그는 서울 하우스와 관련,“어릴 때는 큰 종이상자로 비밀기지를 만들어 놀곤 했다.”면서 “어린 시절 추억의 비밀기지를 크게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전시장 안도 입체적이다. 크고 작은 방들 안팎에서 그의 작품들을 만나도록 했다.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회화 외에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등 여러 장르에 걸친 그의 작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태현선 삼성미술관 리움 선임학예연구원은 “그의 작업은 일본 대중문화, 고독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자유와 저항을 노래하는 록음악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8월21일까지 로댕갤러리(02)2259-7781.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2005-06-2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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