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일본판 이튼 스쿨/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수정 2005-06-15 08:51
입력 2005-06-15 00:00
일본에서는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자는 취지로 표준수업시간을 줄여오다 2002년부터 종합학습이라는 명분으로 전면 실시된 ‘여유교육’이 학력 하락의 주범으로 몰렸다. 프랑스에서는 학생과 교사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교 졸업시험 성적에 상시시험 성적을 추가하는 내용의 ‘피용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시험 방식이 개편되면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이나 지방 학생이 불리하다는 전교조식의 반대 주장이 제기됐으나 하향평준화된 학력으로는 무한경쟁시대에 생존할 수 없다는 현실론을 꺾지 못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의 ‘혹독한 교육’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세계적 기업 도요타자동차가 주도하고 재계가 후원하는 일본판 이튼 스쿨 ‘가이요(海陽)중등교육학교’가 내년 4월 문을 연다고 한다. 영국의 명문사학 이튼 스쿨을 모델로 한 중·고교과정 6년제 남자 기숙학교로 국제성과 창조성을 겸비한 차세대 지도자 양성이 목표다. 평준화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재계의 인식이 실천에 옮겨진 것이다. 지역별 학교 설명회에 입학정원의 10배가 넘는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을 보면 평준화 교육에 대한 불만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요 선진국들은 미래주역을 키우기 위해 이처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우리는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등 ‘3불(不)정책’의 틀에 갇혀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특목고 설립이 집값 대책으로 전락할 정도로 평준화 시책도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어떤 식의 평가도 거부하는 교육단체, 내 아이만 빼고 모두 평준화의 굴레를 씌워야 한다는 학부모의 욕심이 합쳐진 결과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5-06-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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