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슈] 중개업소 동맹휴업 전국 확산 조짐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류찬희 기자
수정 2005-06-17 14:24
입력 2005-06-13 00:00
이유 있는 항거인가, 업역 확보를 위한 엄살인가.

서울 송파구에서 시작된 부동산중개업소들의 동맹휴업이 전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중개업계는 정부가 중개업자를 부동산 정책 실패의 희생양으로 내몰고 있는 데 따른 불만 표출이라고 말한다. 반면 정부는 거래 부진에 따른 불만과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제스처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는 13일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어 협회 차원의 전국적인 동맹휴업을 결정할 방침이다. 건설교통부는 중개업자들의 집단행동을 막기 위해 12일 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휴업 확산을 자제하는 등 불끄기에 나섰다.


이미지 확대


중개업자, 더 이상 당할 수만은 없다

중개업자들은 동맹휴업 결정 이유를 정부가 중개업자를 실패한 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부동산값 폭등 원인이 정책 실패에 있음에도 정부가 화살을 엉뚱하게 중개업자에게 돌리는 데 따른 불만이다.

최근 건교부 주택국장의 발언 또한 전국적인 동맹휴업을 자극했다. 정부가 중개업소와 공인중개사 수를 늘려놓고 그들 때문에 정책을 펴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발언에 발끈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무차별적인 투기단속과 공인중개사 과다 배출에 따른 불만이 높았던 업계로서는 “이참에 우리의 주장을 제대로 알리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투기 조사 때마다 중개업소를 타깃으로 삼는 것도 불만이다. 투기조사가 시작되면 공무원들이 맨 먼저 달려가는 곳은 중개업소. 투기 혐의가 있든 없든 무작위로 중개업소를 방문, 영업 장부를 뒤지거나 계약서를 가져가는 일이 흔히 일어났다. 지도 단속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전문 직업인의 자존심을 건드려 왔다는 주장이다. 투기 조장 세력은 중개업법 제재를 받지 않는 불법 부동산업체와 호가를 의도적으로 올리는 부녀회 등인데 왜 중개업자가 뒤집어 써야 하느냐는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장시걸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장은 “부동산중개업계의 행동이 자칫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것을 우려해 자제했다.”며 “모든 중개업자를 부도덕한 투기꾼으로 매도하고 전근대적으로 취급하려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업역확보 위한 고육지책 목소리도

이달말 국회에서 타결될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을 둘러싸고 중개업계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개업법 개정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실거래가 신고의무화 ▲거래 계약서 당사자 인감사용 의무화 ▲경·공매 입찰대리 허용 등이다.

업계는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거래 당사자가 얼마든지 실거래가를 속여 신고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중개업자에게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를 강요하는 것은 실효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개업자에게 부동산거래 계약서 작성 권리를 준다면 몰라도 대가 없는 의무 부과는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공매입찰대리 허용도 중개업계가 오래전부터 요구했지만 변호사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반대로 부동산중개업자의 고유 업역인 중개행위를 변호사들이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겉으론 태연, 속으론 대책마련

정부는 겉으로는 중개업자들의 집단 행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눈치다. 중개업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속으로는 중개업계가 자신들의 업역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지난 3월에도 중개업법 개정안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서울지역 업자들이 동맹휴업한 적이 있었다. 아울러 2개의 협회로 나뉜 업계가 각자 선명성을 띠기 위해 집단행동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중개업계 안에서도 동맹휴업이 큰 파급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우선 모든 중개업자가 생업을 포기하고 장기간 똘똘 뭉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하철 파업이나 병원 파업처럼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는 만큼 큰 이슈화가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사철도 아니라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동맹휴업이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업계가 일단 조용해주기를 바란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국민들의 비판을 감당하기도 어려운데 중개업자들까지 나서면 일이 커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2005-06-13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