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15 행사, 의연하게 대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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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6-03 06:55
입력 2005-06-03 00:00
북한은 역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이 드러났다. 북측은 오는 14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남측의 민간과 정부대표단 규모를 3분의1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해 왔다. 대표단 규모는 남북이 합의한 사안이다. 북한이 대표단 규모를 줄이자는 이유도 상투적이다. 미국이 최근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비난하고, 남측에 스텔스 전폭기를 투입하는 등 행사 개최에 난관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남북간 합의사항들을 북·미관계나 군사훈련과 연계시켜 느닷없이 팽개치는 모습은 한두번 본 것이 아니다.

이런 돌출행동을 자꾸 하다 보니 북한의 속셈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급한 비료지원은 얻어냈으니, 이제 남한을 북·미관계의 볼모로 삼아 이리저리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성의를 무례와 전략으로 이용한다면 남측도 이제 원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그렇게 요구했다면 정부나 6·15관련 민간단체들도 방북을 포기하거나, 주저없이 대표단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옳다. 북한더러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나 설득은 공허하다. 설사 북한이 다시 대표단 규모를 줄이지 말자고 하더라도 이미 6·15행사는 김이 빠지고 만 것이다.

통일부측이 북측에 합의사항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도 모양이 우습다. 북한이 받아들여도 체면을 구긴 것은 마찬가지다. 대표단 규모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장관급 대표단 구성에 목을 매고, 국회의원들이 서로 가려고 줄을 섰던 것도 결국 북한을 제멋대로 하도록 부추긴 결과밖에 안 됐다. 평양에서 열리는 민간행사에 장관이 참석해 북핵문제나 남북간 심도있는 대화를 기대한 것도 애초부터 정부의 판단착오다. 이제부터는 북측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2005-06-03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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