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산불 한달 “스님 어떻게 지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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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5-14 10:11
입력 2005-05-14 00:00
“스님, 산불 이후 어떻게 지내십니까.” “중들이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부처님 앞에 정진, 또 정진할 뿐입니다.”우문현답. 천년사찰 낙산사의 웅장했던 가람은 잿더미로 변했지만 용맹정진하는 스님들의 염불소리는 경내에 끊이지 않고 있다. 주변 수백년생 소나무 대부분도 시커멓게 그슬려 서 있지만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줄줄이 달아 놓은 연등은 여전히 세상을 밝히고 있다. 공양간과 숙소로 쓰이던 근행당, 취숙헌, 무설전, 종무소뿐 아니라 주 기도처인 원통보전마저 사라졌지만 기거하는 19명 스님들의 일상에는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

달라진 모습이라면 스님들의 공양간과 숙소가 사찰에서 직영하던 인근 낙산유스호스텔로 옮겨지고 기도로 정진하는 시간이 더 늘었을 뿐이다.

그래서 화마를 피한 홍련암과 보타전, 관음전,7층석탑, 임시 원통보전(의상교육관)에서는 하루종일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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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사라진 낙산사 원통보전을 뒤로 한채…
산불로 사라진 낙산사 원통보전을 뒤로 한채… 산불로 사라진 낙산사 원통보전을 뒤로 한채 한 스님이 7층석탑 앞에서 기도정진하고 있다.


교무스님인 지상(志常) 스님은 “부처님의 법력을 빌려 더욱 잘 해 보자는 뜻에서 스님들이 자진해서 기도정진에 나서고 있고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있어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3대 관음성지로 잘 알려진 홍련암에서는 4명의 스님이 24시간 교대로 용맹정진 중이고 원통보전이 불타고 7층석탑만 남은 자리에서도 1000일 기도가 진행 중이다.



서울 불광사에서 내려와 공양시간 외에 하루종일 7층석탑 앞에서 정진하고 있는 주일(柱一) 스님은 “낙산사가 다시 중건되는 날까지 기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기도 덕분일까, 파랑새 전설을 간직한 관음송이 깊은 화상속에서도 푸른잎과 송화를 틔우고, 불타버린 홍련암 경사면에 대나무숲이 죽순을 내밀고 있어 여름철 장마걱정을 덜게 해주고 있다. 주지인 정염(正念) 스님은 “부처님 오신날 제등행렬은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양양지역 주민들의 아픔까지 밝히는 행사로 치르겠다.”면서 “부처님 법력 앞에 절망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자.”고 말했다.

글 양양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2005-05-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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