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고사리 순/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수정 2005-05-07 00:00
입력 2005-05-07 00:00
‘고사리 손’이란 말이 있다. 어린아이의 작은 손쯤으로 이해되면서, 은유법으로 어린이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습관적으로 쓰다 보니 어원도 따져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고사리 손’이란 우리가 늘상 먹는 어린 고사리 순을 형태적으로 표현한 말임을 뒤늦게 알게 됐다. 숲 사이로 난 양지바른 오솔길을 걷다가 우연히 나물캐는 무리에 섞여들고 나서다. 쑥과 취, 냉이가 땅에 납작하게 붙어있는 반면 고사리 순은 팔을 길게 뻗친 형태로 꼿꼿이 서 있다. 팔은 통통하고 꼭 쥔 주먹 속엔 꼬깃꼬깃 새잎을 숨기고 있는데 솜털이 난 것까지 꼭 갓난아기 손 같다. 고사리 순을 꺾으면서 숲길을 걸으니 까마득해 보이던 길이 순식간인 듯 지나쳐진다.
자연을 잃고 살다 보니 먹을거리도 본질은 잊은 채 물질로만 인식된다.‘고사리 손’이란 표현마저 박제된 채로 뜻만 남았다. 고사리 순 하나에 신기해 하고 감탄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새삼 한심하게 느껴졌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2005-05-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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