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女 ‘엽기 패륜’
수정 2005-04-29 07:44
입력 2005-04-29 00:00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주부 엄모(29)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과 존속중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엄씨는 2000년 5월 남편 이모(당시 26세)씨의 눈을 날카로운 핀으로 찔러 상처를 내 실명하게 한 뒤 4차례에 걸쳐 이씨의 얼굴에 끓는 기름을 붓고 흉기로 배를 찔렀다. 엄씨는 2002년 2월 이씨가 후유증으로 숨지자 보험금 2억 8000여만원을 타냈다.
●남편 2명 잇따라 같은 방법으로 살해
엄씨는 4개월 뒤 임모(31)씨와 재혼해 같은 수법으로 오른쪽 눈을 멀게 했으며, 임씨도 후유증으로 사망하자 2003년 1월 보험금 3900여만원을 수령했다.
엄씨는 이어 2003년 7월 같은 수법으로 친어머니 김모(55)씨, 같은 해 11월에는 친오빠(31)를 실명케 했다. 특히 친오빠가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링거호스에 기관지확장제를 주입, 심장발작을 유발하기도 했으며 올 1월에는 집에 불을 질러 실명한 오빠와 동생(27)에게 화상을 입혔다. 이를 통해 가족 명의로 들어 있던 보험료 2억 7100여만원을 챙겼다.
●보험금 노리고 친가족들에까지 범행
집에 불을 내 갈 곳이 없어진 엄씨는 이전에 파출부로 고용했던 강모(46·여)씨 집에서 생활했으나 지난 2월 이곳에도 불을 질러 강씨 남편(51)을 숨지게 하고, 강씨와 딸(24)을 다치게 했다.
엄씨는 강씨 집 방화과정에서 입은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 대치동 B병원에 입원했으며 이곳에서도 불을 내려고 비상계단에 석유를 뿌렸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그러나 엄씨는 두 번째 남편 임씨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이 아프다는 이유로 구속수사를 면했고, 지난 1일 아들이 숨진 뒤에는 장례를 핑계로 경찰 수사를 피했다.
하지만 엄씨는 장례 중인 지난 3일 아들과 같은 중환자실에 있던 교통사고 환자를 문병 온 전모(24·여)씨에게 다이어트 알약이라고 속여 수면제를 먹인 뒤 역시 오른쪽 눈을 찔러 실명하게 했다.
경찰은 “누나 근처에만 가면 가족들이 다친다.”는 엄씨 동생의 진술을 확보, 엄씨의 행적을 추적해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엄씨의 남편들이 이미 오래 전에 사망해 엄씨 범행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단 살인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 “딸 사고사 이후 마약에 손대”
경찰은 엄씨가 2000년 2월 첫 남편 이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사고로 숨지자 마약에 손을 대게 됐고,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엄씨는 딸이 사망한 직후 우울증과 불면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며, 딸을 화장한 뒤에는 불만 보면 “딸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며 방화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엄씨가 9개월간 보험설계사로 일한 적이 있고 범행 전 첫 남편 이씨에게 한달 만에 4개의 보험을 들도록 권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핀으로 안구를 살짝 건드리면 염증이 퍼져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 등 보험과 의학관련 지식을 범행에 악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엄씨의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엄씨에게 마약을 건네준 공급책을 파악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5-04-29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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