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모교 서울대서 강연한 소설가 이문열씨
수정 2005-04-15 07:32
입력 2005-04-15 00:00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그는 “작가활동을 하며 일년에 5∼6차례는 강연에 나섰지만 최근 2년 동안은 흥이 나지 않아 횟수를 줄였다.”면서 260여명의 후배들 앞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동북아균형자론 명확하지 않은 길”
그가 주제로 택한 ‘변경’과 ‘주변’에 대한 논의는 자신이 80년대 주장한 ‘변경론’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한다. 하나의 강한 제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다른 나라는 ‘주변’이 되지만, 제국에 반하는 반제국이 형성돼 제국이 분열되면 다른 나라들은 ‘변경’이 된다는 논리다. 이씨는 “미국에 대항할 잠정적 대항핵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의 변경에 놓여 있으며 한반도 사회는 특수한 변경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면서 “동북아 균형자론은 잘 되면 좋겠지만 명확하지 않은 길”이라고 주장했다. 변경에 있는 나라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중심에 편입되거나, 이탈하거나, 또다른 중심으로 소속을 변경하는 세가지 길뿐이라는 것이다.
소련의 몰락과 함께 ‘변경론’이 의미를 잃었다고 생각했다는 이씨는 “2000년대 들어 일본과 중국의 변화를 보면서 이 개념이 아직 용도폐기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계는 다시 두 세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경제는 미국의 질서에 편승하면서 정치적으로만 미국의 반대편을 선택한다면 혼란만 초래되고 내부적 합의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작가로서 자신의 정년은 65세”
이씨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기에 앞서 “모처럼 젊은 대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 왔으니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변명할 기회를 달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작가의 정년’을 묻는 질문엔 “작가는 자신의 정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농담을 던진 뒤 “개인적으로는 65세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답변했다.
친일청산 문제와 관련해 이씨는 “내가 한일합병은 합법이라고 했다거나 친일문제에 관대하다는 보도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누군가가 친일을 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를 먼저 고려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5-04-15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