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한 주권국가론의 함의/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수정 2005-03-30 00:00
입력 2005-03-30 00:00
라이스 국무장관이 아시아 순방 중 일본과 한국에서 밝힌 ‘북한 주권국가론’은 북한이 요구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과 명분의 일부를 충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북한을 주권국가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의 함의는 북한을 공존과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북한 주권국가론’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체면과 명분을 세워주기 위한 미국의 고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부시 1기 행정부의 ‘반테러와 비확산’이란 대외정책 목표가 ‘자유의 확산’으로 바뀌고,‘북한 불량국가론’이 ‘북한 주권국가론’으로 대북인식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대북정책 목표가 바뀌었다기보다는 포장이 바뀐 것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부시 2기 행정부는 힘을 통한 패권안정정책과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외형상 인류보편가치인 자유, 민주, 인권을 표방하면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unipolar system) 구축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에 도전할 ‘잠재적 적’은 중국과 러시아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가 ‘북한위협론’으로 활용되면서 미사일방어체제 구축과 일본 군사대국화의 빌미로 활용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강화하면서 북한위협론이 미래 중국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껴안기를 본격화할 것이다.
박봉주 북한 총리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북한경제를 중국경제권으로의 편입을 촉진시켜 경제난을 덜어주려고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6자회담 장소 제공국이자 중재자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 북한에 대한 회담재개를 강하게 촉구할 것이다. 조만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방문이 이뤄지면 북핵해결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중국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지고 남북관계의 정체가 지속되면 북한의 체제위기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해야 할 것은 6자회담 무용론이 나올 경우 6자회담 참여국가들의 대북 무시정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2005-03-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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