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전화걸기/ 이목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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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23 00:00
입력 2005-03-23 00:00
기자가 된 지 얼마 안돼 정당·국회를 출입했다. 친한 국회의원 숫자가 취재력을 가늠하던 때였다. 어떤 기자가 전화통을 붙들고 살았다. 유심히 지켜보니 당시 270여명의 국회의원 명단을 적어놓고 잇따라 전화를 돌려대고 있었다. 일단 전화해서 인사를 하고,“별일 없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하루 20명씩 통화하면 한달에 모든 의원들과 두번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몇번 연결되면 서로 알게 되고, 뜻밖의 취재거리가 생기더라고 했다. 그 친구 영향 때문인지, 취재를 위해 전화걸기를 주저한 적은 없었다.

얼마전 대학 은사에게 글을 부탁할 일이 생겼다. 회사에서는 “당신이 잘 아는 분이니 연락을 하라.”고 했다. 난감했다.10여년 동안 전화 한 통 않다가 느닷없이 원고청탁을 하려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선배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선배가 대신 전화를 하더니 “이목희씨가 미안해서 전화를 못 건답니다.”라는 얘기까지 해버렸다. 은사와 나중에 통화를 하는데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이젠 은사·선후배·친구·친척들 명단을 적어놓고 의무적으로 연락해야지.” 전화를 끊고 다짐했지만 얼마나 실천이 될지….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5-03-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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