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반군 “러 전역서 저항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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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10 06:52
입력 2005-03-10 00:00
샤밀 바사예프와 함께 대표적인 체첸반군 지도자로 손꼽혀온 아슬란 마스하도프(53) 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도 그로즈니 북쪽 톨스토이 유르트 지역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

협상을 통한 자치권 확대를 주장해온 마스하도프가 사망함에 따라 반군내 강경파가 득세, 수천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10년간의 체첸 전쟁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런던에 머물고 있는 마스하도프의 대리인 아흐메드 자카예프도 “러 전역에서 체첸인의 저항이 시작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일랴 샤발킨 북카프카스 러시아군 대변인은 이날 “연방보안국(FSB) 부대의 특별작전을 통해 마스하도프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NTV는 유혈이 낭자한 시멘트 바닥에 웃옷이 벗겨진 채 널브러져 있는 마스하도프 시신을 그대로 방영했다.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FSB와 러 내무부는 최근 체포한 반군 포로들로부터 마스하도프가 친척 집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 집을 기습, 주인을 추궁한 결과 지하벙커에 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투항 여부를 놓고 1시간 동안 언쟁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경호원들이 총기를 오발하는 바람에 마스하도프가 숨졌다는 것이다.

친러 성향의 람잔 카디로프 체첸 부총리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FSB는 생포하려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해 이같은 보도를 뒷받침했다.NTV는 공격 직전 이들이 바사예프 등의 지시로 체첸정부 건물을 테러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마스하도프의 비극적인 최후는 체첸의 한 많은 역사를 압축한다. 그를 포함, 지난 1991년 독립 선언 이후 지금까지 체첸에서 대통령을 역임한 5명 중 4명이 타살됐다.

91년 일방적으로 잉구셰티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체첸은 94년부터 3년간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대가를 치렀다.96년 러시아군이 철수하자 반군을 이끌었던 마스하도프는 이듬해 1월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완전독립을 주장하는 세력으로부터 ‘러시아 앞잡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결국 2년 뒤 권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반군 지도자로 돌아온 그는 러시아군이 재침공하자 99년 바사예프와 손잡고 다게스탄공화국을 침공, 이슬람 공화국 건설을 시도한다는 비난을 샀다. 체첸 주민의 다수는 수니파 무슬림이다. 그러나 바사예프가 그해 200명 이상을 희생시킨 러시아 아파트 폭파테러 등을 주도하자 또다시 갈라섰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330명이 희생된 북오세티야 베슬란 학교 인질극을 마스하도프가 주도했다고 보고 10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마스하도프는 지난 한달 동안 러시아에 대한 공격 중단을 선언하고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현안 대화를 요구했으나 푸틴의 거절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여하튼 무장세력의 군사위원회를 책임지며 반군내 유일한 평화 주창자였던 그의 공백으로 ‘폭력의 악순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5-03-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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