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둥젠화 퇴임의 행간읽기/이석우 국제부 차장
수정 2005-03-03 08:14
입력 2005-03-03 00:00
‘베이징대 개조’를 위해 총장직에선 몰아냈지만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 정협 부주석으로 영전시킨 것이다. 정협은 현안에 조언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정부 자문기구다. 예우는 받지만 실권은 없다. 은퇴 원로를 대우하거나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인물들을 현직에서 밀어낼 때 정협의 직책이 종종 이용됐다.‘남천왕(南天王)’으로 불리며 남부지역 황제처럼 군림하던 전 광둥성장 예쉬안핑(葉選平)을 1991년 현직에서 끌어내릴 때도 이 방법을 썼다. 중앙정부는 광둥성의 독주와 그의 영향력 확대에 부심하고 있었다.2일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이 사임할 것이란 언론 보도도 정협이 그를 부주석에 임명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중국정치의 흐름에서 볼 때 현직 은퇴를 의미한다. 베이징이 둥의 처신에 불만이 많았지만 명예롭게 퇴진시키겠다는 뜻이다.
‘100년간 현 체제 유지’란 약속도 지키면서 홍콩을 적절한 통제 아래 묶어둬야 하는 어려움 속에 중앙정부로선 홍콩과 좋은 관계를 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오쩌둥 사후 파벌간 합의를 통해 주식회사의 이사회처럼 국가를 주물러온 지도부로선 이견없음과 단합 과시가 필요하기도 하다. 홍콩과 타이완, 동남아까지 이르는 대중화권 형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에 통합과 화합의 과시는 최근 더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둥의 자리바꿈은 이런 중국정치의 연속성과 변화의 행간을 읽게 하는 척도 중 하나다.
이석우 국제부 차장 swlee@seoul.co.kr
2005-03-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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