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林(296)-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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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3-03 08:11
입력 2005-03-03 00:00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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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비석이 두향의 무덤을 발견하지 못해 그녀의 에피소드를 ‘명기열전’에 소설로 형상화하지 못하였더라면 두향은 수몰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정비석은 ‘명기열전’에서 두향의 무덤을 찾을 때의 일화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 부근 일대는 과연 물살이 급한 여울이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단양팔경의 하나인 구담과 옥순봉이 있는데, 그 부근의 물살이 어찌나 센지 배가 물결을 거슬러 오르지 못하고 물결을 따라 내려가는데도 위험하기가 짝이 없다는 것이다.

강선대는 강 위쪽에서 빤히 건너다보이는 저편 강가에 있으면서도 그 여울을 건너가는 데는 어지간히 힘이 들었다. 나는 두향이가 그처럼 좋아했다는 강선대를 자세히 돌아보고 나서 두향의 무덤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두향의 무덤이 있다는 강가일대는 쑥이 무성하게 자라서 한길이나 넘는 쑥들을 베어 버리기 전에는 무덤을 도저히 찾아낼 길이 없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쑥대숲이 그처럼 무성한 곳에 무덤이 있으리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생스럽게 찾아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쑥대를 베어버리자면 낫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곳은 험준한 적성산(赤城山) 기슭인 까닭에 인가조차 없어서 낫을 구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한숨을 쉬고 있는 바로 그때,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다. 안씨라는 나무꾼이 나뭇짐을 등에 지고 강을 건너려고 손에 낫을 들고 나타났던 것이다.

나는 나무꾼에게 인사를 청하고 나서 ‘이 쑥대밭 속에 두향이라는 기생의 무덤이 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하고 물어보았다.

나무꾼은 서슴지 않고 대답하였다.

‘있지요. 이 쑥대밭 속에는 무덤이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건넛마을 김씨네 무덤이고, 나머지 하나가 두향의 무덤이지요.’

‘나는 두향의 무덤을 찾아보려고 서울서 예까지 일부러 내려왔는데, 마침 낫을 가지고 계시니 수고스럽지만 이 쑥대를 베어 줄 수는 없을까요.’

‘그러십시다. 멀리서 오셨군요.’

순박한 나무꾼 안씨는 담배를 한대 피우고 나서 쑥대를 베기 시작하였다.

내 키보다 훨씬 위되게 자란 쑥대들이었다. 나무꾼이 능란한 솜씨로 부근 일대의 쑥대를 벌초하다 보니 과연 그 속에서 무덤 1기(一基)가 나왔다.

‘아, 바로 이게 그 무덤인가 보군요.’

나는 기쁨에 환성을 올리며 얼른 무덤으로 달려가 봉분 한복판에 소나무 그루터기가 있는가 없는가 살펴 조사해 보았다.7,8년 전에 이미 이가원(李家源:퇴계학의 권위자로 퇴계의 14대 후손)박사가 찾아와 부탁한 대로 무덤 한복판에 자라난 소나무를 베어냈다면 그 그루터기가 아직 남아있으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봉분 한복판을 파헤쳐 보니 과연 나무그루터기가 나왔다. 그것도 이가원 박사가 말한 대로 어린아이 팔뚝만한 소나무 그루터기였다. 문제의 소나무 그루터기를 쭉 뽑아보니 7,8년 동안에 뿌리가 썩어서 맥없이 빠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탄식하였다.

‘아아, 이것이 바로 두향의 무덤임에 틀림이 없구나.’”

이처럼 천신만고 끝에 두향의 무덤을 발견한 정비석. 퇴계의 후손이었던 이가원이 오래전 찾아와 봉분 한가운데 자라난 소나무를 베어달라고 동네사람들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그 무덤에서 그루터기를 발견함으로써 확실한 두향의 무덤을 발견한 소설가 정비석.

그는 두향의 무덤을 밝혀 낸 직후의 감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2005-03-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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