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레바논서 철군”
수정 2005-02-26 10:06
입력 2005-02-26 00:00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각국으로부터 레바논 주둔 1만 5000명의 병력을 철수하라는 압력에 직면한 지 10일만이다.
시리아 외무부는 24일(현지시간) “중요한 철군은 완료됐다. 타이프협정에 입각해 레바논 정부와 합의를 거쳐 추가철군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압델 라힘 무라드 레바논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시리아군이 6차 철수를 단행하기로 했다.”며 “몇 시간후 철군이 시작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시리아군은 90년 4만명에서 지난해 9월까지 5단계로 나눠 1만 5000명까지 레바논 주둔 병력을 줄여왔다.
지난 21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통해 전달한 “철군 용의”보다 한단계 진전된 조치다. 하지만 레바논에 대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레바논내 베카계곡으로 병력을 후퇴시킨 뒤 추후 국제협상을 통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왈리드 알 무알렘 시리아 외무차관이 갑작스러운 철군은 레바논에 힘의 공백을 불러와 지역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그렇게 쉽게 전면 철군은 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철군 일정 및 단계별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도 유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안보리 결의안 개정 움직임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1559호에서 레바논에 주둔중인 모든 외국 군대의 즉각적인 철수를 규정한 바 있다.
그동안 시리아는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하고 타이프 협정을 빌미삼아 레바논 철군을 거부해 왔었다. 타이프협정은 지난 89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에서 체결된 것으로 75년부터 15년간 계속된 레바논 내전을 종식시키고 91년까지 시리아군의 베카계곡 철수를 골자로 하고 있다. 시리아군이 아예 자국으로 귀환하는 시기도 레바논과 합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4월말까지 철군을 완료하지 않으면 안보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는데 시한까지 못박은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5-02-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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