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의 情/육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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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2-15 07:27
입력 2005-02-15 00:00
일전에 대학친구들의 모임에 갔다. 중학교 교사로 있는 C가 들려준 아들의 대학 합격기는 잔잔한 감동이었다. 이 친구는 터울이 꽤 나는 남매를 두고 있는데, 어린 딸만 예뻐하고 아들은 밉다고 고3 수험생인데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단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 놈이 어릴 때는 ‘우리 ○○이’하며 무척 귀여워했는데, 언제부턴가 호칭이 ‘○○이 XX’로 바뀌었어. 미술·바둑학원 같은데 다 보내봤는데 공부하고는 담을 쌓았던 것 같아. 수험생이라는 놈이 TV드라마를 빼놓지 않고 보질 않나, 토요일 오후엔 낮잠 자고 밤마다 컴퓨터에 매달리잖아. 먹기는 또 얼마나 먹어대는지….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데 환장하겠더구먼. 대화가 될 리 있겠어? 그래도 입시가 다가오면서 대학에 떨어지면 내가 망신당할 일이 은근히 걱정되더라고. 그런데 이 놈이 글쎄, 떡 붙었잖아. 일단 내 체면을 세우고 보니 내 욕심만 차린 게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래서 다시 ‘우리 ○○이’라고 부르기로 했어.10년만에 사랑을 주기로 마음을 바꾼 거지….”



그들 부자는 대학합격 기념으로 둘이서만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여보게 친구, 되찾은 부자지정(父子之情)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듬뿍듬뿍 사랑해 주게!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02-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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