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호주제폐지 입법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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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2-04 07:45
입력 2005-02-04 00:00
호주제가 드디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어제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판단으로서 환영한다. 호주제를 폐지하는 민법개정안의 처리를 미뤄왔던 정치권은 반성하기 바란다. 여야는 이미 합의한 2월 임시국회 호주제 폐지 처리는 물론 호적제를 대체할 새로운 신분등록제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

세계적으로 예를 찾기 힘든 호주제는 진작 폐지됐어야 했다.1898년 일본 메이지민법을 따라 만든 제도로 2차대전 후 일본조차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며 없앴다.1999년에는 유엔 인권위가 호주제폐지 권고를 했을 정도였으니 더이상 이를 고집하다가는 국제망신을 자초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가 2003년 뒤늦게나마 호주제폐지 민법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정치권이 이제까지 입법을 미뤄온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헌재 결정으로 더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해졌다. 관련 입법을 빨리 끝냄으로써 제도변화에 따른 혼란을 막아야 한다.



헌재는 혼선을 감안해 호적법개정 전까지 호주제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호적 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법령은 261개에 이른다. 호주제폐지의 정신을 살려 미래지향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정부의 민법개정안은 법통과 후 2년 뒤 호주제폐지라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데 시행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법무부가 호적제 대안으로 제출한 ‘본인 기준 가족기록부안’도 개인정보 기재항목이 너무 많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1인1적부의 본 뜻에 맞게 수정되어야 한다.

호주제폐지는 민주적 가족문화의 정착을 넘어 모든 분야에서 평등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 남녀차별 철폐뿐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 보호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급속한 가족해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선입견에서 비롯된 걱정이다. 여러 형태의 가족관계가 법내로 편입되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캠페인에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보라.
2005-02-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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