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화에 정치잣대 댄 것 아닌가
수정 2005-02-02 07:36
입력 2005-02-02 00:00
법원은 블랙코미디 장르에서는 과장·왜곡·희화(戱化)가 본질적인 것이므로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이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 대상자가 공인이어서 프라이버시 침해를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하며, 이 영화 한편으로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 영화의 특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고도 유독 다큐멘터리 필름 삽입 부분에 한해 영화가 실제 상황을 재현한다는 인상을 줄 소지가 충분하다고 해석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장르의 본질은 받아들이면서 그 제작 기법의 하나인, 따라서 곁가지에 불과한 다큐멘터리 접목을 문제시한 것이다. 법원이 결정 과정에 정치적 잣대를 댄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의 큰 틀에는 손대지 않아 영화인들을 달래면서, 정치권 요구도 일정부분 수용하는 타협을 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다. 한 영화를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는 달라진다. 그러므로 몇몇 장면을 삭제하도록 한 이번 결정이 영화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사전검열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개봉을 이틀 앞두고 법원 결정을 받은 제작·배급사 측에서는 삭제된 부분을 검은 화면으로 두고 상영한다고 한다. 결국 영화는 감독이 의도한 작품과는 달라진 상태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이는 관객의 볼 권리를 제한한 것이다. 아울러 영화 제작에 관련된 이들에게는 ‘개인 명예’와 ‘창작의 자유’를 어떻게 아우를지 결코 쉽지 않은 숙제를 남겨 주었다.
2005-02-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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