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이제는 학문독립운동을 하자/유혜숙 교육인적자원부 고등교육정책과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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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5-02-02 00:00
입력 2005-02-02 00:00
미국의 한 고등교육 전문지가 1999년부터 5년동안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를 분석한 결과 미국 밖 대학 가운데 서울대가 1655명으로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연세대는 720명으로 5위, 고려대는 445명으로 8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쓴 수업료며 체재비는 뒤로 하더라도 미국은 가만히 앉아 세계의 지식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서늘해졌다. 한 대학신문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외국박사학위 신고자’통계를 인용하면서 지식 주도층의 특정 국가 학문편중에 따른 사회 종속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공감하면서 우리나라 대학원이 반드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학계가 그토록 의존하는 미국도 1870년대까지는 독일에 의존했다. 그러나 미국 학자들은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끊임없이 ‘미국식의 대학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이들은 학문적 식민주의를 해소하기 위해 열성을 다했고 차츰 연구의 주도권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 많은 학자들이 우리나라의 학문독립을 위해 얼마나 고민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귀국한 뒤 시간강사를 하며 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 뛰어다니다가 안정될 즈음이면 다소 불합리하더라도 기존 시스템에 말없이 순응해 버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어느 외국대학이 우리네 대학들처럼 엄격한 질 관리없이 석·박사 학위를 양산하는지도 묻고 싶다. 지난해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64%인 127개 대학에서 8399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반면 미국은 한해 약 4만 4000명의 박사를 배출하지만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연구중심대학은 4년제 대학의 17.7%인 261곳에 불과하다.

배출된 박사 인력의 활용 측면에서도 국내 대학원 구조개혁은 시급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도 대학원의 개혁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충원도 제대로 되지 않고, 학위 취득 이후에도 진로가 불투명한 대학원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서는 대학의 경쟁력은 요원할 것이다.

유혜숙 교육인적자원부 고등교육정책과 서기관
2005-02-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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