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그후] (중)원내정당화 문제점 없나
수정 2005-01-14 07:05
입력 2005-01-14 00:00
(1)원내대표의 협상 권한은 거의 절대적이므로 의원총회에서 그대로 승인된다.
(2)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반발해 타협안이 부결된다.
(3)당 대표(의장)나 중진들의 반대로 의원총회에 회부되기도 전에 타협안이 철회된다.
(4)당 중앙위원(운영위원)들이나 당 지지자 등 원외 세력의 반발로 타협안이 철회된다.
#정답-(1)보다는 (2)(3)(4)의 상황이 빈발했던 게 17대 국회 1년차의 현실이었다. 지난해 정치권은 일제히 정치개혁을 외치며 중앙당 축소와 원내정당화를 천명했지만, 현실은 원외(阮外)와 원내(阮內)의 ‘쌍둥이 비대화’란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귀결됐다.
●원내규모 어정쩡 확대 문제
중앙당의 권한은 별로 축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내의 규모가 어정쩡하게 확대되다 보니 양측간 불협화음이 촉발됐고, 오히려 정치불안이 전보다 더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연말의 ‘4인 대표회담’은 부작용을 극명하게 노출시킨 사례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이부영 의장이 야당과 협상해온 타협안을 천정배 원내대표가 부인하는 등 속수무책의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한나라당도 김덕룡 원내대표가 타결한 협상안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강하게 질책했다는 소문이 도는 등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같은 풍경은 국회에서 원내대표의 권한을 최고로 규정하고 있는 양당의 당헌을 명백히 위반한다. 원내대표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국회에서 당을 대표한다.’라고 규정하고, 한나라당은 ‘국회운영에 관한 최고권한을 갖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원내대표들이 자기 몫을 찾지 못한 것은 원내외를 막론하고 당 대표를 우선하는 오랜 관행 때문이다. 실제 양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주재권을 갖고 있음에도 최초 발언권을 항상 당 대표(의장)에게 양보해왔다.
이와 함께 당 대표가 원내대표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당헌에 애매하게 규정한 것도 이런 구습에 ‘정통성’을 부여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지난 연말 4대 입법을 둘러싼 우리 당의 헛발질은 당의장과 원내대표간 엇박자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면서 “하늘에 태양이 2개가 떠있는데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앙당 규모 대폭 축소해야”
전문가들은 중앙당을 폐지에 가까울 정도로 축소시키지 않는 한 진정한 원내정당화는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캐나다의 경우 선거가 끝나면 모든 지구당을 즉각 없애고, 미국도 중앙당의 역할을 홍보와 교육, 당원모집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 예를 든다.
무엇보다 정치인 스스로가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철저히 깨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당 대표가 사무총장 등 당직자를 임명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의원이 의원을 임명하고 심지어는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두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당직을 극소화하고 원내 직책도 상임위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각당이 비대한 정책위원회를 두는 것 자체도 난센스”라며 “미국처럼 원내 정책은 상임위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국가보안법을 당 제1정조위원회가 맡는 게 아니라,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다루는 게 원내정당화의 취지에 맞다는 것이다.
●당대표가 여·야 협상주도 비논리적
당 대표가 국민 의사를 반영한다면서 여야 협상에 나서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았기 때문에 국민 의사를 반영할 자격이 있지만, 일부 당원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의 자격으로 민의를 들먹이며 여야 협상권을 갖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가 지금 당장 ‘개과천선’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만 해도 부작용을 실감한다면서도 근본적 개선책보다는 당 중앙위원회 경선에 대거 나가 당을 ‘접수’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의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5-01-14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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