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이 술술]영화속 수능잡기-엑스페리먼트
수정 2004-12-14 00:00
입력 2004-12-14 00:00
“하루 한 끼도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는 절도를 할 수밖에 없었어. 나는 몸을 팔 수밖에 없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환경이 인간성을 결정한다는 이른바 ‘환경결정론’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좋은 환경은 좋은 인간성을 만들고 나쁜 환경은 나쁜 인간성을 만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우리가 사는 환경을 보다 풍족하고 공평하게 만들 의무가 있다. 그러나 어떤 조건이나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됨의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인간은 망각해서는 안 된다.
1971년,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박사의 지휘 아래 ‘환경조작에 따른 심리변화 실험’이 실시되었다. 그 목적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인간은 극한 환경을 선한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의문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려는 것. 이를 위해 거대한 가상 감옥이 설치되고 대대적인 신문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실험은 예정된 기간은 2주일을 채우지 못하고 5일 만에 끝나고 만다.
영화 ‘엑스페리먼트’.‘실험’이란 뜻의 이 영화는 1971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시행한 감옥 실험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첫 날만 해도 이들에게 죄수와 간수란 역할은 낯설었다. 이들은 단지 실험에 참여해 돈을 받으려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러나 사소한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하루가 지날수록 감옥 안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은 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을 통제하려 하고 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에게 맞서려 한다. 결국 5일째 되는 날 살인이 일어난다. 이쯤 되자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정체성을 잃고 각자 자신을 죄수와 간수로 인식하게 된다.
환경이나 조건에 굴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는 초월성이 인간의 위대성을 말해 준다는 사실을 영화 ‘엑스페리먼트’는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올리버 히르슈비겔 감독, 모리츠 블라입트로이, 크리스티안 버켈, 유스투스본도나니 출연,2001년작.
김보일 서울 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2004-12-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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