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이승환(29·㈜교원 홍보실) 배선영(26·㈜교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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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11-11 00:00
입력 2004-11-11 00:00
꼭 4년 전 이맘때 연수원 강의실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렇다. 그녀는 바로 회사 입사 동기다.

2000년 그 해 겨울, 서른 명이 넘는 회사 동기들은 호형호제, 오빠동생 사이로 정말 친하게 지냈다. 입사 초기 1년동안 뻔질나게 생일파티다, 결혼한다더라 등 무수한 동기모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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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독 나와 그녀는 왠지 모르게 서먹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싸우지도 않았던 그녀와 나는 영화 ‘접속’에서처럼 엇갈리기만 했다.

내가 늦게 동기 모임에 갈 때면 그녀가 일찍 집으로 떠났고 그녀가 모임에 나올 때는 나는 야근을 하곤 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4월의 화창한 봄날 오후. 퇴근길 지하철 역 앞에서 그녀를 만났다. 어색한 미소와 인사.“어디가?업무는 안 힘들고?하하하.”

그녀와 우연히 마주친 그날, 나는 그때 큐피드의 화살이 고통없이 심장을 관통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당시는 메신저라는 채팅 도구가 회사에 막 퍼지기 시작했을 즈음, 나는 메신저 채팅으로 차츰 그녀를 알게 되었다. 그녀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큐피드 화살촉 사랑의 독은 점점 내 온몸으로 퍼져갔다.

토요일 오후 늦게 촬영을 하고 돌아 오는 길 나는 그 독성에 힘입어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선영아, 나 지금 강남인데 저녁 같이 먹을래?”입맛에 전혀 맞지 않던 크림 스파게티를 마주했던 식당에서도 나는 어색하기만 했던 걸로 기억된다.

그 뒤로 나날이 강도를 높여 갔던 나의 무수한 ‘작업’ 멘트들…. 뜬금없이 그녀의 책상으로 다가가 “넌 목련꽃 같다.”고 말하곤 쓰윽 돌아서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찬란했던 그 당시의 언어들은 사랑의 핑크빛 독이 내 머릿까지 침투했기 때문이라고 애써 변명해 본다.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사내 연애를 하는 것은 몸도 마음도 힘든 일이다. 나도 처음에는 괜히 이상한 소문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이성으로 다가왔다. 늦은 밤 빌딩 숲 사이 공원에서 같이 불렀던 노래, 차 한 잔, 저녁 식사, 영화 한 편. 혹시나 회사 직원들이 볼까 싶어 멀찍이 떨어져서 걸었던 길들. 결국 2년동안 몰래했던 사내 연애 탓에 청첩장을 보고 놀라던 동료들을 보는 재미는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결국 그 모든 게 그녀를 사랑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2004년 11월20일 결혼식에서 하느님 앞에 서약하게 될 그녀와 나.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 반년 넘게 시간이 지나갔고 그 사이 다투기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함께하는 우리 평생을 위해 값진 시간이었다.

“선영아, 너도 나처럼 큐피드의 독에 중독된 거지?우리 영원히 사랑하며 살자. 응?”

이승환(29·㈜교원 홍보실) 배선영(26·㈜교원 편집부)
2004-11-11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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