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공항서 장례식 거행 라말라 팔 청사 안장키로
수정 2004-11-11 07:40
입력 2004-11-11 00:00
●이, 유혈충돌 대비 긴급안보회의
10일 오후(현지시간) 라말라 청사에는 불도저와 땅을 파는 장비들이 동원돼 아라파트가 묻힐 장지와 애도행사를 벌써부터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도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기로 자치정부가 결정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프랑스 병원의 통보가 있기 전까지는 아라파트의 사망 발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장례절차와 관련해 다소 혼선을 빚었다.
앞서 이날 아침 파리에서 라말라 청사로 돌아온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오전 11시 총리를 지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의 주재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아흐메드 쿠레이 자치정부 총리와 나빌 샤스 외무장관, 각 분파별 대표가 참석했고 PLO 집행위원회와 파타 당 중앙위원회가 함께 열렸다. 의제는 ▲아라파트의 사망 발표 ▲향후 수반을 뽑는 선거일정 ▲카이로에서의 장례 절차 ▲후계구도 등으로 알려졌다. 합동회의가 끝난 뒤인 오후 1시부터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대중적 전선(PFLP)’ 등 분파별 모임이 이어졌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도 군 사령관들이 참석한 안보회의를 열어 아라파트의 장지 문제와 팔레스타인과의 유혈충돌에 대비한 군사대책을 논의했다. 논란을 부른 아라파트의 장지는 팔레스타인의 제안에 따라 라말라로 받아들였다.
미국도 이스라엘이 반대하지 않으면 라말라로 장지를 결정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측은 9일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 아라파트의 장지 문제 등을 상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충격속 아라파트의 사망을 기정사실화
아라파트는 9일 밤 뇌출혈까지 겹쳐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정맥주사로 영양분을 공급받았다.10일 아라파트를 방문한 이슬람 성직자 타이시르 타미미는 아라파트가 살아있는 한 생명장치를 떼진 않겠지만 그의 운명은 ‘신의 손에’에 맡겨졌다고 말해 사망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파리 주재 팔레스타인 특사도 아라파트가 생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각 분파들도 아라파트의 사망이 발표되더라도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는 공격적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촉구했다.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PFLP 등은 장례식이 끝난 뒤 아라파트의 애도식이 라말라 청사에서 열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말라에 운집한 아라파트의 지지자들은 “그가 죽었다는 것은 충격이다.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은 끝났다.”고 애도했다. 다른 지지자들은 그의 죽음과 관계없이 “아라파트 자체가 팔레스타인”이라고 말했다. 그가 3년 가까이 연금생활을 한 라말라 청사 ‘무카타’는 팔레스타인의 성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TV는 아라파트의 삶과 50여년간의 투쟁 역정을 계속 내보냈으며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9일 밤부터 사원과 거리 곳곳에 모여 아라파트를 추모하는 기도회를 가졌다.
●조포·퍼레이드 예행연습 돌입
이집트 대통령실 대변인은 “아라파트의 장례식을 카이로 국제공항 구내에서 치르는 문제를 협의했으며 장례는 공식적인 차원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해 일반 대중의 참석은 제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집트 관영 MENA 통신은 군악대가 퍼레이드와 조포를 쏘는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아라파트의 장례식에 고위급 대신 일반 외교사절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조문절차를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나 각료급을 대표로 보낼 계획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누가 아라파트를 승계하든 미국은 새 지도부와 기꺼이 일할 것이며 앞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평화안과 관련 “로드맵에 기초한 양측의 해결방안에 미국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조문사절을 보내겠지만 자신이나 각료가 장례식에 참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라파트의 사망이 향후 중동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팔레스타인 국가창설이 중동평화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을 이스라엘이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2004-11-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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