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위헌 파장] ‘관습위배’ 이유 憲訴 제기 늘듯
수정 2004-10-23 10:39
입력 2004-10-23 00:00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을 인정한 결정을 하면서 등장한 화두다. 헌재 결정이 없었다면 대통령령인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만 바꾸면 된다. 국무회의 의결만 있으면 태극문양과 4괘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관습헌법이 인정된 이상 국기를 태극기에서 한반도기로 바꾸기 위해서는 남북한 전체가 참여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헌재가 태극기가 국기인 점을 관습헌법으로 인정하는 한 그렇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랜 전통으로 내려와 관습으로 정착한 것에는 ‘한국어’,‘애국가’,‘호주제’,‘동성동본 금혼’ 등 여러가지가 있다. 만약 헌재가 호주제나 동성동본 금혼 등이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면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민법 개정안은 무의미해진다. 법률개정 사항이 아닌 헌법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관습헌법이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일부 학자나 법조인은 당장 헌법소원 또는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지금까지는 특정 법률조항이 평등권이나 자유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특정 법률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과거 전통적인 관습에 위배되는 만큼 위헌이라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습헌법에 대한 대상과 범위가 명확해질 때까지 헌법소원 남발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입법부의 활동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법을 새롭게 만들 때 과거에는 성문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만 따지면 됐지만 앞으로는 관습헌법에 위배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심층적인 입법활동이 필요한 대목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2004-10-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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