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정책은 없고 공방만 있다] 보좌관들 파리목숨?
수정 2004-10-11 07:58
입력 2004-10-11 00:00
출범한 지 4개월밖에 안된 17대 국회에서 보좌관들이 대거 교체되고 있다.국정감사라는 ‘대목’을 코 앞에 둔 지난달에만 무려 41명의 보좌진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한 의원실에서 4급과 6급 보좌진 2명을 한꺼번에 신규 채용한 경우도 있었다.
●국감 직전 41명이나 갈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감이 본격 시작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0월에 들어서도 보좌진 교체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OOO의원실에서 함께 일할 보좌진을 모집합니다.’란 채용공고를 쉽게 볼 수 있다.10일 오후 검색한 기준으로 2명의 의원이 모집공고를 내놓고 있었다.
국회에서 수년간 잔뼈가 굵은 보좌관들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 보좌진을 교체하는 경우는 흔히 봤지만,국감기간 중에 바꾸는 것은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보좌진 사이에서 ‘보좌관 학살’이란 자조섞인 얘기들이 오갈 만도 하다.보좌관 생활 9년째인 B씨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에 보좌관들이 대거 ‘잘릴’ 것이란 괴담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대량 학살’이 횡행하고 있는 것은 의정 경험이 전무한 ‘신출내기’ 보좌관이 17대 국회에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막상 일을 시켜보니 국정감사라는 전문영역을 헤집을 역량이 안되거나 의원과 손발이 안맞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의욕 넘치는 초선 의원이 대량 유입되면서 의원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한 것도 보좌관의 ‘조기 강판’을 부르는 요인이다.이번 국감에서 ‘대박’을 못터뜨리면 끝장이라는 조바심에서 보좌진에 성급한 결실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언론보도 안되면 사퇴” 각서도
실제 모 의원은 국감 전에 보좌진 전원으로부터 ‘각서’를 받았다고 한다.‘의원의 국감 활동이 언론에 제대로 부각되지 않으면 해고를 감수한다.’는 내용이다.‘TV 9시 주요뉴스에 보도되면 10점,신문 1면 톱에 실리면 10점’ 등 구체적인 ‘성적표 작성 방식’까지 정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 보좌관은 “국감이 정쟁으로 흐르면서 언론의 초점도 그쪽으로 쏠리게 돼 보좌관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진 셈”이라고 털어놨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4-10-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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