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내 이견노출…‘국보법 폐지’ 한발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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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9-22 08:11
입력 2004-09-22 00:00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국보법 폐지 당론을 일찌감치 정하고 형법보완이냐,대체입법이냐의 택일문제만 남은 것 같았던 당내 기류가 최근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유연한 자세와 맞물려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는 양상이다.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21일 기자에게 “우리 당의 국보법 폐지 후 보완입법안 확정은 빨라야 11월,늦으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국보법 폐지 반대쪽이 더 많은 여론은 차치하더라도 연말에 처리해야만 하는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처리의 폭발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열린우리당은 당초 23일까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 최종당론으로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이틀 전인 21일 임종석 대변인은 “22일까지 당내 국보법 태스크포스(TF)팀에서 마무리하고,23일 정책의총에서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었지만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전병헌 원내부대표는 “물리적으로 추석 이전 정책의총에서 안건이 상정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발을 빼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당내 이견 노출 때문이란 진단이 유력하다.당 관계자는 “추석 이후에는 국정감사를 해야 하고,이후에도 당내 이견이 무난하게 좁혀질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려울 만큼 지금 당내 상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안 좋은 상황’이란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 입장을 밝혔을 때 황급히 몸을 낮췄던 개정론자들이 최근 국보법 TF팀 등을 통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국면을 말한다.21일 당 지도부가 막판 ‘택일 작업(대체입법 또는 형법보완)’ 중이던 국보법 TF팀의 활동을 전격 중단시키고,그 작업을 제1정조위원회로 넘긴 것은 분열상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반면,박근혜 대표의 발언으로 한동안 내홍을 앓았던 한나라당은 20일부터는 다시 대오를 일사불란하게 갖추고 여당의 분란을 부채질하고 나섰다.당 지도부가 이처럼 서둘러 박 대표 발언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은 이 문제가 확대해석될 경우 당내 보수파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대변인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 브리핑에서 “박 대표의 말은 폐지와 개정 중 분명히 개정이며,그 전제하에 정부참칭 조항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여당이 폐지란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분명하게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여당이 박 대표의 말을 큰 틀에서 자기들과 다르지 않다고 왜곡하고 있다.”며 “한나라당 입장이 존치이고 전향적 개정인데 여당도 폐지를 철회하겠다는 것인지 추석 전에 기본입장을 밝혀야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의 국보법 개정초안을 작성했던 장윤석 의원은 “박 대표의 말은 이 정도로 전향할 테니 폐지를 철회하고 개정으로 전환하라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정부참칭을 삭제해도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도 반국가단체로 볼 수 있는 만큼 북한 공작원을 규제할 수 있어 결정적 공백은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상연 박지연기자 carlos@seoul.co.kr
2004-09-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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