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교수 서울大 특강 “나도 실험 99.9% 실패”
수정 2004-09-17 08:49
입력 2004-09-17 00:00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52) 석좌교수가 16일 서울대에서 ‘생명복제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든 황 교수는 최근의 윤리논쟁을 의식한 듯 “연구에는 예측 못할 부작용이 발생하지만 회의적 시각이 주류라면 과학은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신마비 소년에 “꼭 일으켜 세워주마” 약속
황 교수는 교통사고로 경추골절상을 입어 온몸이 마비된 8세 소년과의 인연을 소개했다.그는 “다시 일으켜 세워 달라는 소년의 간절한 눈빛을 잊지 못한다.”면서 “그 아이에게 ‘우리가 만든 세포를 네 끊어진 척추에 넣어줄게.’라고 새끼손가락을 걸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난자를 제공받아 연구하는 일이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황 교수는 연구 과정의 어려움도 소개했다.지난해 2월 ‘무균 미니돼지’의 반입이 여의치 않자 세포만 들여오기로 결심했다.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마치 문익점 할아버지가 목화씨 들여오듯 냉동세포를 들여오는 데 성공했고,결국 올해 초 세계가 놀란 줄기세포 복제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면서 “국가가 나에게 묻는 무한 책임과 시대적 소명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익점이 목화씨 들여오듯’ 냉동세포 반입
황 교수는 “나도 연구실 학생들과 실험을 거듭하지만 99.9%가 실패”라면서 “그때마다 ‘인간으로 최선을 다했지만,한 단계만 더 나아가 하늘이 감동의 눈물 한 방울을 흘리도록 해보자.’고 독려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아직 우리 학생들처럼 창의력 있는 학생들을 보지 못했다.”면서 “주말도 잊은 채 연구에 몰두하는 성실성과 월드컵때 보여준 끓는 에너지를 과학적 애국심으로 승화시켜 준다면 우리나라는 생명공학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강의는 260명을 수용하는 강의실에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계단까지 빽빽이 들어차는 등 성황을 이뤘다.
재치 있는 농담과 진솔한 이야기에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강의가 끝난 뒤에는 수십명의 학생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성의를 보였다.
황 교수의 강연은 서울대가 저명인사를 초청해 갖는 ‘관악초청강좌’의 첫 프로그램이었다.매주 목요일 열리며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23일은 발해사 전문가인 서울대 국사학과 송기호 교수,10월7일은 KAIST 로버트 러플린 총장,10월18일은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가 나선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2004-09-17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