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보법 폐지’ 권고] 국보법 인권침해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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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8-25 00:00
입력 2004-08-25 00:00
철거민 김모씨는 1970년 철거반원들에게 홧김에 “김일성이 보다 더한 놈”이라고 했다가 ‘북한이 더 나은 정권이라는 뜻을 내포한 이적행위’라는 이유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지난 86년 11월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다른 김모(당시 55세)씨는 버스 기사와 시비가 붙자 “나는 공산당이다.잡아넣어라 이새끼들아.”라고 술주정을 하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국가인권위가 지난 6월 낸 보고서 ‘국가보안법 적용상에서 나타난 인권실태’에 있는 인권침해 사례들이다.국가보안법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과도하게 남용되는 점을 빗대어 60∼70년대 ‘막걸리 보안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국보법의 위력은 90년대에도 이어졌다.1993년 전방에서 복무하던 박모 병장은 제대를 며칠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군 기무사에 구속됐다.금강산 경치에 감탄하며 “금강산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 말이 찬양·고무죄로 걸렸기 때문이다.

2000년대도 예외는 아니다.2001년 ‘자주민보’ 발행인과 기자 2명은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조총련) 인사의 원고를 한글로 받기 위해 한글 워드 프로그램을 보냈다가 편의제공 혐의로 구속됐다.

국가보안법의 적용 절차에 있어서도 고문 등 가혹행위·불법 체포·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 실태가 지적됐다.사형선고 20시간 만에 형이 집행된 인혁당 재건위 사건,검사가 직접 고문을 지시한 ‘깃발사건’,검사와 고문수사관들이 공조·협박한 ‘송씨 일가 간첩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61년부터 2002년까지 7778명이 국보법 위반으로 검거됐으며,이들 중 90% 이상에게 제7조 찬양·고무죄가 적용됐다.국보법의 다른 조항들이 형법 등과 중복되는 데 반해 제7조는 다른 법에는 없는 조항으로 국보법의 ‘상징’으로 불린다.보고서는 “국가보안법은 국가 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2004-08-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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