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카페] 외교부 “말그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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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8-12 08:52
입력 2004-08-12 00:00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이은 잇단 ‘악재’로 외교부가 얼마나 정신적 부담에 시달렸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외교부 청사 1층 벽면에 걸린 그림과 관련된 일이다.수백호짜리인 이 그림은 외교부의 신청사 입주 때 행자부가 한 유명 화가에게 주문해 마련한 것.말 20마리가 뛰노는 그림으로 역동적인 외교를 구현하라는 뜻에서 1층 후문 입구에 걸어놓았다.

그러나 입주 이후 윤영관 장관이 중도하차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의 불화설,대(對)미 외교 이상설 등에 김선일씨 사건,간부의 성추행사건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 이 그림이 시빗거리가 됐다.

그림을 자세히 보니 말이 대오를 이뤄,힘차게 어디론가 뛰어가는 게 아니라 서로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날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가뜩이나 외교부 청사 터가 좋지 않다고들 하는데 그림마저 외교부의 정기를 흩뜨린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일부에서는 “그림을 그린 화가가 ‘소(牛)’그림의 대가인데,말을 그려달라고 한 게 잘못”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에 외교부는 이 그림을 팔아 다른 그림으로 대체하려 했으나 행자부 재산이라 임의로 처분하지도 못하고 있다.심지어는 그림을 마사회에 갖다주고 대신 다른 그림을 걸려고까지 했다는 후문이다.사정이 여의치 않자 최근 외교부는 그림 밑에다 옛날 외교문서를 전시하는 임시 미봉책을 마련,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로 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2004-08-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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