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운수 좋은 날/이목희 논설위원
수정 2004-07-20 00:00
입력 2004-07-20 00:00
아내는 나에게 고마워했다.“하나님 감사합니다.새벽잠 없는 남편도 쓸모가 있네요.” 그러면서 “운이 좋은 날”이라고 했다.쓴웃음이 나왔다.“운이 좋으려면 냄비도 태우지 말았어야지.” 다시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요즘 들어 친가,처가 아픈 사람이 너무 많다.회사도 어렵다고 한다.“되는 일이 없는데,불날 뻔하다가 안 났다고 운 좋다고 하다니….”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이 문득 떠올랐다.어느 하루,인력거꾼 김 첨지에겐 왠지 손님도 많고,돈도 많이 벌렸다.운수가 좋은 게 도리어 불안했다.결국 아내가 죽는 ‘비극적인 날’로 소설은 끝난다.“그래,마지막이 좋아야 운이 있는 거지.불도 비켜갔는데 모두 잘 되겠지.” 생각을 한번 돌리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4-07-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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