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한국의 ‘여자 붑카’ 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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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6-25 00:00
입력 2004-06-25 00:00
‘비행소녀’를 꿈꾸는 18세의 여고생이 있다.자기 키보다 큰 장대에 매달려 땡볕도 마다하지 않은 채 연신 하늘을 난다.더 높이 날기 위해 안달이다.

김제여고 3학년 최윤희는 4년전 첫 한국기록(3.10m)을 세운 이후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신기록 행진중이다.지난 15일 말레이시아 아시아주니어육상선수권에서는 3.80m에 걸린 바를 훌쩍 넘으며 동메달을 따냈다.9번째 한국신기록이다.

하루라도 장대를 잡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다.요즘은 더 신이났다.거푸 자기기록을 갈아 치웠기 때문이다.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게 무엇보다 뿌듯하다.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 스타디움을 나는 게 꿈이다.

인생 바꿔 놓은 ‘장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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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선수
최윤희 선수


첫 눈에 반했다.김제 금성여중 1학년 때(1999년) 한 육상대회에서 우연히 장대높이뛰기를 구경했다.신기하고 너무나 멋져 보였다.이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장대높이뛰기를 본 뒤 좀 체 잠을 이루지 못한 끝에 선배 언니를 통해 당시 전북소속 장대높이뛰기 선수들을 지도하는 이원 감독을 만났다.초등학교 시절부터 눈독을 들여온 이 감독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의기투합한 ‘이원-최윤희’ 콤비는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이 감독 역시 장대높이뛰기 선수출신.64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한 최종선발전을 앞두고 부상으로 포기했다.최윤희를 통해 올림픽 출전이라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개인돈으로 1개에 100만원에 이르는 장대를 몇개씩 사줬다.

자신의 집에서 선수들을 합숙시키기도 했고,선수들의 기록향상을 위해 대한육상연맹 시설위원장직도 미련없이 버렸다.이 감독의 신기록 제조 비법은 상금제.훈련 때도 몇만원의 포상금을 건다.선수가 갖고 싶어하는 값비싼 운동화나 운동복 등을 걸기도 한다.

빡빡한 훈련 때문에 둘 사이가 벌어진 경우도 있었다.이 감독은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최윤희가 원망스러웠고,반대로 최윤희는 너무 큰 기대를 하는 이 감독이 부담스러웠다.최윤희의 스타일을 파악한 이 감독은 요즘엔 하고 싶은 말을 쪽지에 적어 건넨다.

중단없는 신기록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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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했다.99년 종별선수권에 첫 출전했다.2위를 했지만 2.30m로 기록은 형편없었다.5개월 뒤 가을철중고대회에서 2.80m로 50㎝나 기록을 높였다.장대를 잡은 뒤 1년 뒤 2000년 5월5일 종별선수권에서 3.10m를 넘어 첫 한국신기록을 세웠다.이때부터 한국기록과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고교에 진학하면서 성장은 더욱 눈에 띄었다.특히 올해는 출전한 4개대회에서 연속 한국신기록을 세웠다.기록을 세울 때마다 받는 포상금은 모두 저축했다.

올해 목표는 4m.이것만 달성하면 기록경신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이 감독은 “최윤희는 유연성,담력,순간 판단력 등 장대높이뛰기 선수로서 모든 조건을 갖췄다.”면서 “머지않아 올림픽 기준기록을 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아직은 멀었다.올림픽 B기준기록(4.25m)과는 차이가 난다.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2008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4년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걱정한 대학 진학도 해결됐다.이원 감독이 수소문한 덕에 공주대 체육교육학과 입학이 결정됐다.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장대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공부 욕심도 강하다.올림픽에 출전한 뒤 교단이나 대학 강단에 서고 싶은 꿈도 키우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2004-06-2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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