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지나도 경기 안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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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6-19 00:00
입력 2004-06-19 00:00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18일 경제장관간담회를 주재한 뒤 정례 브리핑실에 들어선 그는 “내수와 투자 회복 수준이 기대에 못미친다.”면서 “전반적으로 경제회복 속도가 활발하거나 만족스럽지 않다.”고 입을 열었다.올 초 취임 이후 줄곧 자신감 있는 행보를 보여왔던 그가 이렇듯 우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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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
이헌재 부총리
고용·투자 모두 지지부진

때마침 민간 경제연구기관들도 하반기 경제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할 태세다.주택담보대출 만기 도래에 따른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이 부총리는 “그렇다고 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나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못을 박아 지나친 비관론의 확산을 경계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날의 부총리는 우울했다.틈만 나면 강조하던 “2분기 말부터는 내수가 미약하나마 회복될 것”이라는 말 대신 “고용과 투자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이 부총리는 “매년 5월에는 고용이 8만∼10만명 가량 일어나는데 올해는 절반밖에 안됐다.”면서 “내수가 밑바닥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6월 들어서도 별다른 변화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솔직하게 토로했다.

경기부양책 쓰진 않겠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결코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정책을 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연초부터 마련해온 정책과 최근 추진 중인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및 추가경정예산 편성안 등이 시간이 지나 경제에 흡수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통계적 요인으로 인해 수출 증가율이 꺾일 수는 있지만 수출 주도의 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돼 올해 5% 성장은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조급하게 경기부양책을 쓰진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총리는 “경우에 따라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리는 게 최선의 정책일 수 있다.”면서 “국민들도 경기가 더이상 나빠지지 않고 있고,대외 악재는 어느 정도 경제에 흡수됐으며,금융시장 불안 확대 가능성은 정부가 충분히 경계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와 관련해서는 “하반기에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10조여원 돌아오지만 대출금액보다 담보가치(집값)가 여유 있어 만기 연장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며 “버블 붕괴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부총리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그러나 자신감을 잃지 말라.”로 요약된다.예상보다 훨씬 더딘 경기회복 신호에 하반기 경제전망을 수정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과,경제주체들의 경각심을 자극해 투자와 소비를 끌어내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있다.2조원대의 추경 편성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표정관리’라는 지적도 들린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4-06-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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