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역거부 혼선 헌재가 먼저 정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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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6-07 00:00
입력 2004-06-07 00:00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결을 한 달 안에 내리겠다고 밝혔다.1969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부인하는 상고심 판결이 내려진 지 35년 만이다.최고법원이 하급심의 혼선을 막기 위해 신속한 판결을 내려주겠다는 것은 옳은 결정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유·무죄 판단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한 위헌심판이 제청돼 있다.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단은 헌재가 먼저 내리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몇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헌재 결정의 기속력이다.논란은 있지만 헌법해석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 헌재 결정의 기속력은 인정되고 있다.헌재가 위헌 여부 결정을 내리면 법원은 따라야 한다.똑같은 사안을 두 기관이 심리중이라면 기속력을 가진 기관이 먼저 결정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대법원이 먼저 판단한다면 기속력을 가진 헌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어떤 결정을 내려도 마찬가지다.헌재가 대법원과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국가적 혼란은 더 커질 것이다.또 하나는 시기적인 문제다.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위헌심판은 2002년 4월에 제청됐고 상고는 최근에야 제기됐다는 점이다.먼저 제기된 사건이 먼저 처리되는 게 바람직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헌재가 2년이 넘게 위헌심판사건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눈치보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헌재가 먼저 신속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공표하고 사법부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히는 것이 앞뒤가 맞는 처리였다.더욱이 헌재는 최근 법원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지금이라도 위헌심판 심리를 속히 진행할 것을 헌재에 촉구한다.
2004-06-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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