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장도 양극화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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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6-05 00:00
입력 2004-06-05 00:00
요즘 ‘양극화’라는 말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쓰여지고 있으나,양주시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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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다 접대비 실명제까지 겹치면서 올 들어 양주판매도 전반적으로는 줄었지만,고급 양주판매는 그렇지 않다.오히려 올 들어 판매가 늘어난 고급 양주까지 있다.돈 많은 여유계층들은 값비싼 양주를 여전히 잘 마시고 있지만 중산층들이 주로 찾는 보통수준의 양주판매는 급격히 줄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4월 판매된 양주는 모두 90만 9394상자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3.2%나 줄었다.한 상자에는 500㎖ 18병이 들어간다.

원액숙성기간이 보통 12년쯤 되는 프리미엄급 양주판매량은 26.9%나 줄었다.스탠더드급(원액숙성기간 5∼7년) 양주는 무려 42.7% 급감했다.하지만 원액숙성기간이 17년이 넘는 고급양주인 슈퍼프리미엄급의 판매는 3.9%밖에 줄지 않았다.

슈퍼프리미엄급 판매가 별로 줄지 않았다는 것은 돈 많은 층의 씀씀이는 여전하다는 얘기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델급의 아가씨들이 나오는 최고급 룸살롱의 경우는 손님이 줄었다는 말을 별로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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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술집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서울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의 경우는 타격이 심하지 않다는 얘기다.아예 프리미엄급 양주는 취급하지 않는 최고급 룸살롱도 적지 않다.고급 술집에서 밸런타인 17년은 한병에 40만∼45만원,윈저 17년이나 임페리얼 17년은 25만∼30만원 정도다.

밸런타인 17년과 윈저 17년,밸런타인 마스터스 등 슈퍼프리미엄급의 대표적인 양주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0% 이상 줄기는 했다.하지만 지난해 중반 이후 새로 선보인 임페리얼 17년,리볼브,윈저리미티드 등의 판매 때문에 슈퍼프리미엄급 전체로는 별로 줄지 않았다.

오히려 판매가 늘어난 고급 양주도 적지 않다.최고급 양주로 알려진 밸런타인 30년의 경우 올해에는 모두 56상자가 팔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2% 늘어났다.밸런타인 30년은 출고가만 75만원이며,일반 양주판매점에서는 95만∼100만원에 판매한다.룸살롱에서는 물론 이보다 훨씬 비싸지만 밸런타인 30년의 경우는 술집보다는 선물용으로 나가는 게 많다고 한다.

올 들어 로열살루트는 1685상자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9%가 늘었다.조니워커 골드는 20.7%가 증가했다.슈퍼프리미엄급중에도 또 세분된 양극화가 있는 셈이다.

회사원을 비롯한 넥타이부대가 즐겨찾았던 프리미엄급 양주판매가 급감하는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접대비 실명제와도 물론 무관치 않다.프리미엄급인 임페리얼 12년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3.4%,윈저 12년은 26.4%가 줄었다.

이와 관련,진로밸런타인스의 유호성 과장은 “그동안 일반 넥타이부대들은 고급 룸살롱이 아닌 단란주점이나 나이트클럽 등에서 프리미엄급 양주를 주로 마셨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급 판매가 비교적 큰 폭으로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소도시에서 주로 판매되는 스탠더드급 양주는 지난해의 반토막수준으로 떨어졌다.20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들이 마시는 게 쉽지 않았던 패스포트는 58.8%,섬싱스페셜은 53.8%가 줄었다.

중산층과 서민층의 수입감소와 소비위축에 따라 프리미엄급과 스탠더드급 판매가 큰 폭으로 줄면서 전체 양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에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지난해 1∼4월 양주판매중 슈퍼프리미엄급의 비중은 18.6%였으나 올 들어서는 23.2%로 늘어났다.반면 프리미엄급은 78.1%에서 74.3%로,스탠더드급은 3.4%에서 2.5%로 각각 줄었다.

서울 서초동에서 양주를 판매하는 A씨는 “슈퍼프리미엄급은 주로 선물용으로,프리미엄급은 주로 집에서 마시기 위한 용도로 팔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올 들어 4월까지 맥주판매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0.6% 느는데 그쳤으나 소주판매는 7.6%가 늘어났다.지난해의 소주판매 증가율은 4.7%였다.사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서민들은 부담이 적은 소주를 마시며 현실의 아픔을 잊으려고 하는 것일까.

곽태헌기자 tiger@seoul.co.kr˝
2004-06-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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