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박물관’ 만든 前문예진흥원장 김정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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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5-17 00:00
입력 2004-05-17 00:00
조선시대 왕실용 백자 도요지로 유명한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지난 15일 오후 이곳에서 ‘사람’냄새 물씬나는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팔당호를 내려다보는 야트막한 언덕에 정갈하게 둥지를 튼 ‘박물관-얼굴’이 문을 연 것.지난해 초 문예진흥원장에서 물러난 연극연출가 김정옥(72·중앙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씨가 40여년간 틈틈이 수집한 얼굴 관련 작품 1000여점을 한 자리에 모은 개인 박물관이다.돌을 깎아 만든 석인(石人)과 목각 인형,유리인형,얼굴 모양을 본뜬 와당,초상화 등 이름없는 옛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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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옥씨
김정옥씨
“사람이 좋아서 연극을 시작했고,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표정이 담긴 석인이나 목각인형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기 시작했지요.”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직후인 60년대 초반 신촌 인근에 버려진 문관석 한 쌍을 주워온 것이 계기가 됐다.이후 틈만 나면 황학동 벼룩시장을 누비고,외국여행 중에도 작품을 사모으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지금도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실어나를 수 있도록 지프형 차량을 손수 몰고 다닌다.

평소 사람 좋아하기로 소문난 그답게 개관식에는 많은 지인들이 찾아왔다.극단 자유 대표인 이병복,배우 박정자 박웅 등 연극인 동료·후배들을 비롯해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장,오지철 문화관광부 차관,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명예회장,일본 삼백인극장 스키모도 로죠 사무총장 등 300여명이 개관을 축하했다.늘 웃는 인상의 김씨지만 이날은 행복한 미소가 내내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

‘박물관-얼굴’은 150평 규모의 실내 전시공간과 마당을 활용한 야외 전시공간,그리고 전라도 강진에서 옮겨온 100년 전통의 한옥 찻집으로 꾸며졌다.그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옛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으로,또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연극과 영화,미술이 어울리는 자유로운 퓨전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영화와 현대불문학을 전공한 김씨는 극단 ‘자유’의 연출가로 80년대 ‘무엇이 될꼬하니’등 창작극과 ‘햄릿’‘피의 결혼’등 서구 번역작을 통해 한국적 표현양식을 확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피의 결혼’은 오는 12월 80년대 이후 역대 화제작를 모은 ‘연극열전’ 마지막 작품으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재공연될 예정이다.(031)765-3522.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4-05-17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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