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자율’인 보충학습
수정 2004-05-11 00:00
입력 2004-05-11 00:00
또 전교조는 변칙적인 보충·자율학습이 학교 현장을 입시 경쟁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인권기구에 진정서를 내기로 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이호정기자 hojeong@
학부모와 학생들은 강제로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을 시키지 않더라도 다른 학생들이 다 하는 것을 혼자만 거부하면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고 불평했다.
고1 아들을 둔 손종례(47·여·서울 광진구 성수동)씨는 “보충수업 1시간,자율학습 1시간을 해서 오후 6시까지 학교에 남아있는데 효과가 없어도 학교에서 강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 “지금보다 돈을 더 내더라도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수당을 제대로 지급,질높은 보충학습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2 딸을 둔 주부 김모(45)씨는 “1주일에 4일을 밤 10시까지 공부하는데 아이가 힘들어할 때는 빠지게 하고 싶지만 아이가 ‘담임 선생님이 무서워 그럴 수 없다.’고 한다.”면서 “한번은 자율학습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선생님에게 건넸다가 거절당했다.”고 털어놓았다.
D고 1학년 서모(16)군은 “보충학습은 전교생이 다 참여하고 있고 당연히 자기는 절대 안 받겠다고 ‘용기 있게’ 말할 아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 K여고에서는 3학년의 285명 가운데 245명이 보충학습에,160명 정도가 자율학습에 참여하고 있다.서울 B고교의 3학년 244명 가운데 보충수업에는 200여명,자율학습에는 125명이 참가하고 있다.이 학교의 1·2학년들도 사정이 비슷해 참여율이 보충수업 90% 이상,자율학습 50% 이상이다.
학교측은 일단 보충·자율학습을 하게 된 이상 어느 정도의 강제성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서울 D여고 관계자는 “적당한 강제성이 없으면 수업참여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오히려 보충·자율학습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많은 만큼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교조 “인권위에 진정”
전교조는 10일 강제적인 보충·자율학습과 0교시 수업이 학생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이를 금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14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국제인권기구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또 오는 23일 열릴 교육주체 결의대회 전까지 강제적인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이 사라지지 않으면 24일부터 일선 학교에서 실시하는 0교시나 강제적인 보충·자율학습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전교조는 한길리서치에 의뢰,전국의 교사 1106명,고교생 1306명,학부모 9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교사의 75.3%가 학생들의 자율학습 선택권은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적이라고 응답했다고 강조했다.학생 88.1%도 사실상 강제적인 데다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재희 박지윤기자 s123@seoul.co.kr˝
2004-05-11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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