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주부 컴맹 탈출기
수정 2004-05-03 00:00
입력 2004-05-03 00:00
하지만 4년째 야무지게 총무역을 해내고 있는 윤씨도 몇 년전까지는 ‘컴맹’이었다.
윤씨가 컴퓨터를 제대로 배우게 된 것은 지난 98년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던 윤씨는 자녀들이 다 큰 뒤 배움에 대한 열정을 풀게 된 것.
입학의 기쁨도 잠시,컴퓨터로 A4용지 한 장을 치는 데만 두세 시간이 걸리는 윤씨에게 매주 제출해야 하는 리포트 과제는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 아이들이 컴퓨터로 채팅을 하는 화면만 봐도 고개를 돌리던 윤씨지만 어렵게 얻은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정순씨의 ‘컴맹 탈출 맹훈련’이 시작됐다.
아이들이 잠들면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독수리 타법’도 힘겹던 손가락이 점차 부드러워지더니 1년 남짓 만에 1분에 200타를 돌파했다.
자판이 손에 익자 아이들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고,아는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안부를 물으며 컴퓨터에 재미를 붙여갔다.아이들은 “엄마,참 극성맞다.”는 애교섞인 핀잔으로,남편은 묵묵히 집안일을 거들어주며 격려를 대신했다.
2년 전 가뿐하게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따낸 윤씨는 요즘 홈페이지 제작에 도전하고 있다.
윤씨는 “욕심내지 말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익히는 것이 좋다.”면서 “가족들은 주부가 가정일에 소홀하다고 쌍심지만 켜지 말고 따뜻하게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2004-05-03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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