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5] 후보자들이 느낀 달라진 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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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4-15 00:00
입력 2004-04-15 00:00
17대 총선은 일부 혼탁 양상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깨끗했다는 평가다.후보자들은 정당·합동연설회의 폐지로 밤 늦은 시간까지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자신을 알리는 데 시간·방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입을 모았다.각 후보진영의 회계책임자들은 그날 그날 사용한 선거비용을 정산,공개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수도권에서 3선에 도전한 한 후보는 “역대 어느 선거에서보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며 “선거법이 워낙 세세한 것까지 불법으로 규정,수시로 선관위와 질의·회신을 주고받아야 했다.”고 선거운동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전남에서 출마한 현역 의원은 “합동연설회나 정당연설회 중 하나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TV합동토론회 참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 개선책을 제시했다.

“법정 선거비용도 못썼다.”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돈 선거’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점이다.대부분 법정 선거비용도 못 썼다고 밝혔다.

대구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는 “지난 총선까지만 해도 ‘30당 20락(30억원 쓰면 당선,20억원 쓰면 낙선)’이 선거판의 정설이었다.”면서 “이번엔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고,지출내역을 매일 선관위에 보고하다 보니 법정선거비용도 다 못쓰고 선거전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더러는 ‘사후 보답’을 약속하는 등 갖은 편법으로 자원봉사자를 동원한 곳도 있다.그러나 대다수 후보들은 선거캠프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선관위 직원들의 기세에 밀려 ‘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실제로 선거철만 되면 전국을 누볐던 관광버스들도 이번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게 각 후보 진영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직 동원한 세 과시도 사라졌다.”

대다수 후보들은 돈을 쓸 수가 없다 보니 조직을 가동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정당·합동연설회가 전면 금지돼 돈과 조직을 통한 세 과시도 눈에 띄게 줄었다.

경북지역에서 만난 한 후보는 “정당·합동연설회를 한꺼번에 없앤 탓에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차별성을 확인할 기회가 사라졌다.”며 “다음 총선에선 정당·합동연설회 중 하나는 부활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바뀐 선거법이 총선 후 각 당의 지구당을 전면 폐쇄토록 규정한 것도 조직선거를 퇴조시킨 원인으로 보인다.강원지역의 한 후보는 “돈도 돈이지만 바뀐 선거법에 따라 지구당이 사라지기 때문에 지구당 조직의 결속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가문이나 학연 등 개인적인 인맥을 통한 선거운동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책과 공약은 씨알도 안 먹혔다.”

이번 총선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과 ‘박풍(朴風)’,‘노풍(老風)’ 등으로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은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야만 했다.부산지역의 한 후보는 “탄핵에 이은 박풍과 노풍으로 제가 내건 정책과 공약은 씨알도 안 먹히더라.”면서 “이번 선거가 도대체 대선인지,총선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라고 말했다.

TV 합동토론회가 제 구실을 못한 것도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검증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지지율에서 앞선 상당수 후보자들이 지역구 차원에서 후보자들의 합의로 실시토록 한 TV 합동토론회를 거부했기 때문이다.경기 수원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는 “상대 후보가 TV토론을 거부하며 현실성 없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데도 손 써볼 도리가 없었다.”며 “다음 총선에선 정당·합동연설회를 없애는 대신 TV토론을 최소 3회 정도는 의무적으로 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전광삼기자 hisam@˝
2004-04-15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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