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 호남 민심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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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4-14 00:00
입력 2004-04-14 00:00
4·15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호남은 겉으로는 무덤덤했다.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노풍(老風)이니,박풍(朴風)이니,추풍(秋風)이니 하는 각종 바람들은 크게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묵직하게 움직이는 민심은 있는 것 같았다.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열린우리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에 대한 변화가 느껴졌다.바로 전날 밤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선대위원장 사퇴가 이런 추세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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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훔치는 추미애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눈물을 훔치는 추미애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대다수 주민들은 정 의장의 사퇴가 큰 관심사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오전에 광주 시내에서 마주친 6명의 시민 가운데 3명이 “(정 의장 사퇴에 대해) 몰랐다.별로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나마 알고 있는 시민들도 정 의장이 팽(烹)당했다고 해석하고 있었다.적어도 호남에서만큼은 정 의장의 사퇴가 ‘이로운 선거전략’이 아니라는 느낌을 줬다.

조선대 대학원생 박모(28)씨는 “얼마나 표를 얻겠다고 정 의장을 쳐내는지 열린우리당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다 똑같다.투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택시기사 김기영(56)씨는 “요즘 호남에서 그만한 인물도 없었는데 아쉽다.”면서 “결국 열린우리당내 영남 사람들한테 이용만 당한 꼴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전날 정 의장이 사퇴 발표 이전 유세지원차 호남을 찾았을 때도 주민들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유세장 근처를 지나던 사람들만 잠시 발길을 멈춰설 뿐 대다수는 생업에 전념했다.전남 나주에서 60대 상인은 “지들이 해준 게 뭐 있어.선거때만 이러고….”라고 고함을 쳤다.

정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영향을 끼치는지도 의문이었다.노인들은 정 의장이 악수를 건네면 하나 같이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받아줬다.

담양에서 안경점을 하는 40대 남자와 즉석에서 대화를 나눠봤다.

여기 열린우리당하고 민주당하고 어디가 더 인기가 좋아요?

-“반반입니다.”

탄핵 이후에 열린우리당 인기가 많이 올랐다고 하던데.

-“그렇긴 했지만,시간이 갈수록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살아 나는 것 같습니다.”

노인 폄하 발언 때문인가요?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럼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삼보일배 때문에?

-“그것도 아닌 것 같고.그냥 오랫동안 민주당을 찍어왔기 때문에 외면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함평에서는 50대 구두미화원의 의견을 들었다.

열린우리당 인기 좋다면서요?

-“꼭 그렇지도….”

여론조사에는 좋게 나오던데.

-“여론조사랑 달라요.열린우리당에 배신감 느끼는 사람 많습니다.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사람도 많고….”

그래도 결국 막판에는 한쪽을 밀어주는 것 아닌가요?

-“이번엔 그렇지도 않아요.”

광주 김상연 이두걸기자 carlos@seoul.co.kr˝
2004-04-14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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