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남북 단일팀은 약방의 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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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27 00:00
입력 2004-02-27 00:00
이연택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과 북측의 조상남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5일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가 열리고 있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만났다.남북한 체육계 수장들이 만나면 늘 그렇듯 이번에도 어김없이 ‘합의’가 있었다.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전향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언뜻 대단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없는 셈이다.단일팀 구성 원칙도 아니고 구성을 ‘전향적으로 논의’키로 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생색내기용·발표용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의 전례를 되돌아볼 때 종합국제대회 단일팀 구성은 성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지난 1964년 도쿄올림픽때부터 시작된 단일팀 구성 시도는 79년 평양세계탁구선수권,84년 LA올림픽,88년 서울올림픽,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등으로 이어졌지만 모두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다만 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때 등 단일종목에서 두차례 성사됐을 뿐이다.

종합국제대회에서 단일팀 구성이 안된 이유는 체육계 관계자들이 더 잘 안다.대한체육회 가맹단체의 한 관계자는 “단일팀을 구성하려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물론 종목별 국제경기단체와 협의해 올림픽 출전 티켓과 선수 구성 방안을 정해야 하는 등 복잡한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면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 종합대회만 다가오면 연례행사처럼 공허한 남북한 합의를 발표했다가 정작 때가 되면 슬그머니 원점으로 되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또 다른 단체의 관계자도 “두 나라가 한 나라 몫으로 출전해야 하는 단일팀 구성은 온 힘을 쏟아 올림픽 티켓을 따낸 일부 선수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는 셈”이라며 “뒷감당도 쉽지 않고 실현 가능성도 별로 없는 단일팀 문제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데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내 놓아서는 안된다.”고 힐난했다.남북한 체육 관계자들이 만나 교류를 추진하고 합의하는 것을 마다하거나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결국은 안되는 것을 금세 될 것처럼 포장하거나,별 내용도 아닌 것을 마치 대단한 것인양 부풀리는 것은 남북한의 실질적인 협력과 교류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아울러 스포츠를 ‘정치성 이벤트’화 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일상적이고 꾸준한 교류가 허황된 ‘단일팀 이벤트’보다 남북한을 잇는데 훨씬 유효한 방법이다.

곽영완기자˝
2004-02-27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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