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효과’ 말 뒤집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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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18 00:00
입력 2004-02-18 00:00
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수출효과와 농가피해 규모를 국회비준 이전과 이후에 서로 다르게 발표해 농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는 그동안 비준 촉구를 위해 강조하던 수출효과 규모를 비준 이후에는 슬그머니 30% 수준으로 낮춰 제시했다.농림부는 한·칠레 FTA가 시행되어도 농가의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고 설득하다 국회비준 이후에는 과수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을 바꾸었다.FTA 비준을 전후해 산하 연구원의 자료 등을 그때그때 유리하게 해석하고 활용한 것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하루새 수출효과 70% 감축

산업자원부는 17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FTA가 발효되면 칠레에 대한 우리나라 공산품의 수출 증가액이 단기적(3∼4년)으로는 7000만달러,중장기적(5∼13년)으로는 2억 2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품목별 칠레시장 점유율도 5∼2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재경부와 산자부는 국회 비준 이전에는 칠레에 대해 수출효과가 이보다 3배나 많은 6억 6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당시 정부 발표의 근거인 재경부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무관세화에 따른 수출 기대효과가 6억 6000만달러,수입 효과는 2억 5000만달러로 4억 2000만달러의 무역흑자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특히 수출 외에 칠레를 중남미 거점시장으로 확보하고,칠레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하는 등의 부수 효과까지 따지면 수출 기대액은 9억 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두 부처는 품목별 수출효과도 비준 이후에는 이전보다 작은 수치를 제시했다.대표적 수출품인 자동차(수출비중 31.2%)는 처음에는 수출 증가액을 4억 1900만달러라고 내다봤다.그러나 비준 이후에는 단기적으로 2억 3000만달러,중장기적으로 3억 4000만달러로 바꿨다.섬유는 5260만달러에서 2600만∼3700만달러로 축소됐다.

“경쟁력 낮아 직접피해 예상돼”

농림부는 지난 16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과수를 중심으로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시설(비닐하우스)포도는 칠레와 유통시기가 경합되고 가격경쟁력이 낮아 직접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과수 피해액은 한양대 연구팀이 추산한 자료를 인용해 ‘10년간 5860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준 이전엔 “(칠레산 포도는) 신선도 유지 문제와 참외 등 대체 과실류의 본격 출하 등으로 6월 이후 국내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었다.사과·배는 관세인하 품목에서 제외됐고,포도는 국내산과의 경합을 피하기 위해 계절관세(비출하기인 11∼4월에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춰 10년 뒤에는 무관세) 협정을 맺은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과수피해 추산액도 농림부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4500억원’을 제쳐두고 액수가 보다 큰 대학 연구보고서를 채택해 인용하는 등 FTA 처리가 끝나자 이제는 예산확보 등에 유리한 자료를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해명과 농민단체의 대응

정부가 이같이 엇갈린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정책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국회 비준을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결국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강조하던 농림부가 이제는 예산당국으로부터 농가피해 지원금이 당초 계획보다 삭감되지 않도록 방어할 절박성이 생긴 것이다.농림부는 FTA이행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책이 바뀐 것은 없고 규모를 산출하는 기준이 달라졌을 것”이라면서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되물었다.그러나 농민단체들은 허구성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전국농민회총연맹 전기환 정책위원장은 “조만간 FTA를 전후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종합평가해 결과를 공식 발표하고 잘못이 명백하면 관련 공무원에 대한 문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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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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