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소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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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2-27 00:00
입력 2003-12-27 00:00
코감기에 걸리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냄새를 못 맡으니 음식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 벙벙해지는 것이다.인식과 존재의 연결끈인 감각은 오감으로 나뉘면서도 상호보완적이다.

감각기관을 아예 옮겨 다니는 경우도 있다.사학자이자 언론인이었던 호암 문일평은 난(蘭)에 대해 “난은 꽃이 적고 향기가 많으니 ‘문향십리(聞香十里)’라고 함이 반드시 턱없는 한문식의 과장만이 아니다.”라고 읊조렸다.향기를 귀로 맡다니.옥편을 들추면 ‘문(聞)’을 냄새맡다는 훈으로도 새겨 놓고 있긴 하지만 고즈넉한 방안에서 난향을 즐긴다면 향기가 들릴 듯도 하지 않은가.



요즘은 소리를 맛보며 산다.쓴소리,단소리가 많은 탓이다.고언과 감언의 울력이 예전 같지 않은 까닭인지,아니면 쓴소리에는 단소리로,단소리에는 쓴소리로 맞서려 해서인지 쓰거나 단 소리가 자꾸 에스컬레이트된다.감각이 지나치면 불쾌감을 준다고 한다.우리는 한해동안 쓰고 단 소리를 충분히 맛봤다.정말이지 새해에는 세상 소리 맛이 싱거워지면 좋겠다.이 글은 맛이 싱거웠나 모르겠다.

강석진 논설위원
2003-12-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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