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사퇴가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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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2-23 00:00
입력 2003-12-23 00:00
‘초심으로 돌아가라.’

지난 20일 발생한 SBS의 홈경기 중단 사태가 한국농구연맹(KBL) 집행부의 총사퇴 의사 표명으로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KBL의 ‘초강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자성의 차원에서 마땅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우세하지만 너무 감정적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물론 KBL로서는 지난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직면한 사태인데다 안팎의 인적·구조적 문제점까지 뒤엉켜 어쩔수 없이 ‘초강수’를 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처방에도 처벌 못지않은 비중을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실무적인 책임을 져야 할 임원들의 사퇴는 그렇다손 치더라도,임기가 2년이나 남은 총재의 조기사퇴는 사태의 원만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총체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면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맨파워 보강 등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한 뒤 물러나도 늦지 않아 보인다.프로농구 ‘창업’의 산파역을 한 총재 스스로가 리그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치러야만 할 ‘홍역’을 어렵고 힘들다고 회피해 버린다면 어떻게 팬들에게 프로농구를 사랑해 달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물론 구단과 감독 심판을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의 진솔한 자각도 병행돼야 한다.특히 이번 사건을 일으킨 SBS구단은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함께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겸허함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어떤 경우에도 ‘판을 뒤엎는’ 행동은 팬들의 용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들 역시 경기 내내 인상쓰고,막말하고,항의를 되풀이해 팬들을 식상케 하고 코트의 불신을 키우는 행태를 이젠 정말 멈춰야 하며,심판들도 부단한 자기 개발과 함께 ‘판관’의 사명감을 되새겨야 프로농구는 출범 때의 목표(Jump For the Dream)를 향해 다시 나아갈 수 있다.구단과 코칭스태프,선수,그리고 KBL 관계자 등 모든 농구인들이 지난 97년 2월1일 프로농구를 출범시켰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박준석 기자
2003-1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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