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職 걸고 정계은퇴’ 너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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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12-15 00:00
입력 2003-12-15 00:00
노무현 대통령이 또 ‘(대통령)직을 걸고’를 언급했다.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4당 대표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불법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1을 넘으면 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형평성과 공정성을 문제삼자 이를 반박하기 위한 강조법으로 이해된다.도덕적 우위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여겨진다.

그렇더라도 누차 강조해 왔지만,대통령의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취임 이후 잦은 설화로 스스로도 더이상 자유롭지 못한 노 대통령이다.20∼30대 미혼남녀들이 올해 가장 파문이 컸던 말로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를 1위로 뽑은 것은 무얼 뜻하는가.이는 노 대통령이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에서 빚어진 파문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얘기다. 재신임과 맞물려 국민들의 눈에 걸핏하면 대통령직을 걸고 협박하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더구나 노 대통령의 발언은 새로운 시빗거리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4당 대표들에게 ‘검찰에 명령할 처지가 아니다.’고 했으나 달리보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지침을 내린 셈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10분1도 안될 것이라고 사실상 결론을 내렸는데 검찰이 앞으로 수사를 어떻게 하겠는가.결국 야당에 불공정 시빗거리를 제공한 격으로,대선자금도 특검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만 높여준 꼴이다.총선 때까지 온 나라가 측근비리와 대선자금 특검에 끌려다니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참으로 걱정이다.

대통령직은 국민들이 직접 민주적 절차를 통해 위임한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자리다.문제가 생길 때마다 개인적 신임과 연결짓는 사사로운 자리가 될 수 없다.지도자로서 옳은 태도도 아니다.이래선 추락하고 있는 리더십이 되살아날 수 없다.스스로도 밝혔듯이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는 반성의 정치’를 노 대통령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
2003-12-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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