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불황타개는 신뢰 심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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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3-04-28 00:00
입력 2003-04-28 00:00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다.

기업들의 잇단 비리와 부실로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기업들은 투자를 보류하고 경비를 줄이는 등 닥쳐올 어려움에 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개인들이 채권·증권시장에서 돈을 빼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는 왜곡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처럼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일련의 사태가 시장과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이다.이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줘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이들이 극단적인 방법에 의지하도록 내몰고,일확천금을 꿈꾸게 한다.사회 불만계층을 늘리는 부작용도 낳는다.

실제로 최근 한 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는 20대와 30대의 절반이 이민을 갈 수 있다면 떠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옛날 사람들도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진(秦)나라 효공(孝公) 때 상앙이라는 명재상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하나 만들었다.백성들이 믿고 따라줄지 확신이 서지 않아 시행을 미루다 먼저 신뢰를 얻은 뒤 시행하기로 하고 계책을 짜냈다.남쪽 성문에 나무 한 그루를 세워놓고 그 옆에 ‘이 나무를 북쪽 성문으로 옮겨놓는 이에게 100냥을 하사함’이라고 써붙였다.그러나 나무를 옮기는 일에 100냥을 준다는 말을 누구도 믿지 않았다.그러자 상앙은 상금을 500냥으로 올렸다.한 사람이 속는 셈치고 나무를 옮기자 상암은 바로 그 사람을 불러 500냥을 주었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500냥을 주었던 것이다.

그 뒤 백성들은 정책을 신뢰하며 잘 따랐다고 한다.옛날에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지금도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하지만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보다 미봉책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나라는 많은 변혁을 겪어왔다.그 때마다 남들이 믿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지금의 경제위기도 슬기롭게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그러기 위해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경제불황에 맞서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들이 선별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경제정책에서 가장 우선적인 것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일관된 정책으로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경제적·합리적 정책집행으로 시장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또 시장을 가격논리에 맡기고 자율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정책들을 내놓을 경우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잃을 수 있다.외국인 투자자에게도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증권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국내외 투자자들은 한국시장이 저평가돼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하지만 투자자들은 주가가 싸다고 생각하면서도 경제 외적인 요인들로 인해 투자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기업,혹은 나라가 나락에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 주 형 CJ(주) 사장
2003-04-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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