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21일 개봉 ‘데어데블’ - ‘정의의 폭력’ 선인가 악인가
수정 2003-03-14 00:00
입력 2003-03-14 00:00
영화는 평범한 인물이 비범한 능력을 갖게 되고,특정 사건을 거쳐 정의의 전사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배트맨’‘스파이더 맨’류와 여러모로 닮았다.
어린 시절 실명한 매트는 다른 모든 감각이 초인적으로 발달한다.어느날 아버지가 범죄 왕 킹핀에게 살해당하고,매트는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를 결심한다.성인이 된 매트는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데어데블(두려움을 모르는 사람)로 살아간다.우연히 만난 여인 엘렉트라와 사랑을 나누지만,그녀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오해받는데….
영화의 분위기는 어둡다.영화 자체가 컴컴하기도 하지만,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들추어내기 때문이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을 심판하는 데어데블은 현대인의 이중적 욕망을 압축한다.그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눈이 먼 사회적 약자다.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보았을 힘을 가지면서 악당에게 피의 복수를 감행한다.사회에 대한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하는 데어데블은,선한 영웅인 동시에 악마의 가면을 쓰고 있다.
데어데블의 고민은 바로 이 이중성에서 나온다.멋있게 악당을 무찌르지만 그 장면을 목격한 한 꼬마는 살려달라고 애원한다.데어데블은 “난 나쁜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꼬마는 벌벌 떨 뿐이다.그는 혹시 자신이 나쁜 사람은 아닌지 반문한다.
만화적 캐릭터와 빌딩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현란한 액션 등은 비현실적이지만,영화가 딛고 있는 세계는 선과 악이 혼재하는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특수효과로 범벅된 볼거리에 비해 내러티브는 엉성하다.잘 나가던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맥없이 당하거나,마지막에 악당을 살려두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원작 만화의 근육질 남성 데어데블을 영화에서는 벤 애플렉이 소화했다.‘사이먼 버치’의 마크 스티브 존슨 감독.
김소연기자 purple@
2003-03-1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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