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길섶에서]빈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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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1-29 00:00
입력 2002-11-29 00:00
경남 삼랑진 야산에 평화의 집을 마련해 오갈 데 없는 정신질환자,행려환자들을 돌보는 오수영 신부는 초겨울 텅 빈 들녘과 앙상한 가지를 볼 때마다절로 겸손해진다고 했다.한여름 뙤약볕을 견디며 힘들여 가꾼 과실을 모두아낌없이 나눠줬다는 자연의 넉넉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오 신부는 이 때문에 유난히 ‘더하기(+)’와 ‘나누기(÷)’를 좋아한다.나눌수록 기쁨은 더한다는 뜻이리라.

대선 후보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채우기 위해 안간힘이다.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라는 밑 빠진 독에 끊임없이 탐욕의 물을 쏟아붓는다.남의 것을 가로채 쓸어담기도 한다.

하지만 오 신부는 수많은 병자성사(죽어가는 영혼을 구원하는 마지막 성사)를 해 봤지만 미처 채우지 못한 권력이나 부,탐욕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한결같이 나눔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 때늦은 후회를 쏟아냈다는것이다.

지금이라도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텅 빈 들녘을 바라보자.

우득정 논설위원
2002-11-2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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